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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뇌공학 분야 전문가인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말하는 논리는 흥미롭다. 그는 인간이 대상을 사람으로 간주하고 대우하는 ‘의인화’ 능력 때문에 머지않은 미래에 두 대상이 서로 사랑할 수 있다고 본다.
정 교수는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세계전략포럼-제4의 길 : 융합과 연결을 넘어’(WSF 2017)의 2번째 세션의 강연에서 “인공지능(AI)이 인간과 비슷해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뇌가 갖고 있는 놀라운 기능 때문”이라며 “대화만으로 내 머릿 속에 상상을 하며 사랑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다”고 했다. AI의 능력이 아닌 이를 만든 인간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 두 존재의 관계를 예측했다.
정 교수는 로봇이 AI를 바탕으로 사람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정도의 기술적 발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인간의 뇌는 수학적 논리로만 작동하지는 않았다. 뇌는 구조가 바뀌면서 기능이 더해지는 방식이다. 반면 컴퓨터는 메인 프로세서와 정보저장 부위가 각각 있는 등 뇌와 작동방식이 다르다. 로봇이 인간처럼 되기 쉽지 않은 근본적 이유다.
그럼에도 AI가 인간을 닮을 수 있는 것은 많은 정보와 자료가 축적되면 ‘이해’ 단계가 해결되지 않아도 바로 ‘적용’과 ‘분석’의 단계로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른바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정 교수는 “(알파고가) 바둑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도 수많은 데이터로 중국의 바둑고수 커제와 이세돌을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런 로봇은 독거노인에게 필요할 것 같다”며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로봇 인터페이스를 통해 구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 로봇이 상용화되면 앞으로 호텔과 병원 등에서 전통적으로 사람이 했던 일을 대신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식으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사람에게는 또다른 공포다. 정 교수는 그러나 “같은 직업에서도 AI가 수행할 수도 하지 못하는 작업이 있다”며 “최전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냉정하게 분석한 뒤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작업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분리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