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예산안 심사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가 다음달 안에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국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정부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이정현 ‘적화 통일’ 발언에 野 발끈…파행 거듭
28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는 ‘국정교과서 예비비 심사장’과 다를 게 없었다. 야당의 예비비 자료제출 요구에 정부·여당이 거부하면서 날선 대치를 이어간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비비 관련 자료는 헌법과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년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있다”면서 “그동안 예비비와 관련해 국회와 자료를 협조했던 관행을 감안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내년도 예산안 심사 중에는 예비비 자료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 부총리는 헌법 제55조 2항에 명시된 ‘예비비의 지출은 차기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과 국가재정법 제52조 4항에 명시된 ‘정부는 예비비로 사용한 금액의 총괄명세서를 다음 연도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그 근거로 들었다.
최원식 새정치연합 의원도 “최 부총리가 법 해석을 잘못하고 있다”면서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건 국회법 전반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예비비 운영의 탄력성을 정부에 주고 다음해 국회에 제출해 승인 받도록 하라는 게 헌법 정신”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예결위원장인 김재경 의원은 “접점이 찾아지지 않기 때문에 여야 간사가 협의해달라”며 정회를 선언했다.
오후 속개된 회의 역시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적화 통일’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 의원은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한 질의에서 “언젠가는 적화 통일이 될 것이고, 북한 체제로 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됐을 때 남한 내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이것을 막아내려고 하느냐”고 했다.
여야 지도부도 국정교과서 본격 여론전 본격화
국정교과서 불씨는 추후 한달간 있을 예산안 심사 전체를 흔들 가능성도 농후하다.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국정교과서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홍보버스 출정식을 열었다. 문재인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국정교과서가 집필도 안됐는데 무슨 친일 독재 미화냐고 한다”면서 “그러나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겠느냐“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국정교과서 여론전에 승산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여당에 맞서 주도권을 쥐고 싸울 수 있는 호재(好材)라는 기류도 있다.
새누리당도 맞불을 놓긴 마찬가지다. 당 사무처는 이날 올바른 역사연구모임 발족식도 했다. 당 관계자는 “좌편향 역사왜곡 세력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결성한 연구모임 단체”라고 설명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교과서를 만들어 올바른 역사를 세우는 일에 시비 걸지 말고 정쟁을 자제해달라”면서 “문재인 대표는 지금의 역사교과서가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지 국민 앞에 답변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