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낙찰자 선정 발표 이후 투자금액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입찰금액 산정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입찰금액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 배경은 과거 인수·합병(M&A) 경쟁에서 패배했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0년 현대그룹의 적통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건설(000720) 인수를 두고 현대그룹과 경쟁을 벌였다.
당시 5조1000억 원을 제시한 현대차그룹은 5조5100억 원을 써낸 현대건설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줬다.이후 현대건설 자금조달계획에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차기협상대상자였던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더욱이 입찰 경쟁상대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005930)라는 점도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 시장에서 항상 실패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도 “한전부지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신감도 있었지만 상대가 삼성이라는 점 때문에 낙찰자 발표 때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전부지 인수는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그룹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자의반타의반으로 자동차 관련 계열사를 이끌고 독립한 정 회장은 사업을 확장하면서 몇 가지 숙원과제를 안고 있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세계 5위 자동차 제조사 진입, 현대가(家) 적통 계승, 고로제철소 준공, 통합 사옥 마련 등 4대 숙원사업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이 반드시 성사를 시키라는 특명도 10조5500억 원이라는 통 큰 베팅의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10조 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회장의 재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가 아닌 실수요를 위한 부지 입찰 참여였기 때문에 과도한 투자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10조5500억 원이라는 투자금액은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대규모다. 부지매입금액에 개발 및 제반비용을 합하면 17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현대차그룹이 이만한 규모의 투자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낙찰자로 선정되고 재계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경쟁을 벌였던 삼성전자로 쏠렸다. 특히 입찰금액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삼성전자는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낙찰되지 않았는데 입찰금액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낙찰은 공교롭게 한전과 서울시에도 많은 도움을 주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개혁을 기치로 내걸면서 공기업 부채감축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 원을 모두 납입하게 되는 2015년에는 한전의 부채비율(141%)보다 20% 가량 낮출 수 있다. 서울시 역시 4000억 원이 넘는 세수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정 회장의 통 큰 베팅이 박근혜 정부와 한전, 서울시 등에게 선물을 선사한 셈이다.
한편 삼성과 현대차만 입찰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한전부지 입찰에는 13곳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저입찰가격(예정가격) 3조3346억 원 이상 금액을 제출한 삼성전자와 현대차 컨소시엄만 유효입찰로 간주됐다. 무효입찰 처리된 11곳은 예정가격 이하 입찰, 관련서류 미비, 보증금 문제 등으로 무효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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