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접국 시리아가 이라크 서부 지역을 공습하고, 이란이 바그다드에서 무인기를 띄우는 등 이해 관계국이 잇따라 이라크 사태에 개입하고 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봉기 후 이라크 정부가 러시아와 벨라루스로부터 구매한 중고 수호이 전투기 여러 대가 곧 이라크에 도착할 것이며, 며칠 내로 작전에 투입한다고 말했다.
알말리키 총리는 미국이 F-16 전투기 판매를 미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지난 20일 알말리키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라크사태를 논의하는 전화통화를 했다고 웹사이트에서 공개한 바 있다.
ISIL 봉기 후 알말리키 총리가 서방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알말리키 총리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알말리키 총리의 공습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에 대한 퇴진 압박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알말리키 총리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서부 안바르주(州)의 ISIL 점령 지역에서 시리아 군의 공습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알말리키 총리는 시리아에 요청하진 않았다면서도 반군에 대한 이런 공습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사바 카르후트 안바르 주의회 의장은 “루트바, 알왈리드, 알카임 등 시리아 접경지역의 시장과 주유소 등에 공습이 있었다”며 “시리아 정권이 안바르 주민을 상대로 야만적인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공격 직후 이라크 정부군과 시리아 국영 언론은 시리아의 개입을 부인했으나 알말리키 총리가 이날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했다.
안바르주에서는 수력 발전소가 있는 하디타 댐을 둘러싸고 이라크 정부군과 ISIL이 나흘째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바그다드 비행장에서 정찰용 무인기(드론)를 띄우고 군사장비와 보급품 등을 공급하는 등 이라크 정부를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은 이미 이라크에 정보부대를 파견해 통신 감청에도 나섰고,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Quds) 사령관인 카심 술라이마니 소장이 이라크를 최소 두차례 방문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알말리키 총리는 이날 측근인 쿠데이르 알쿠자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통해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의회 소집을 명했다.
알쿠자이 권한대행은 이날 7월1일부로 의회를 열 것을 지시하는 대통령령을 내렸다.
알말리키 총리는 25일 TV연설에서 종파·정치세력 간 통합을 촉구하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국민 구국정부 수립 요구는 거부했었다.
알말리키 총리의 법치연합은 지난 4월 총선 결과 이라크 의회 전체 328석 가운데 92석을 차지했으나 과반(165석)에는 못 미쳐 연정을 구성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날 밤 미국 군고문관 300명 중 정보분석과 병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40명이 이라크에 도착했지만 ISIL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ISIL은 북부 살라후딘 주 주도인 티크리트 인근 유전지대인 아질을 공격해 최소 세 곳의 소규모 유전을 장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바그다드 북쪽 200㎞ 지점인 이라크 최대 정유단지 바이지에서는 ISIL과 정부군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ISIL은 또 바그다드 북쪽 90㎞ 지점의 야스리브 마을 인근에서도 과거 이라크 전쟁 때 미군이 운영하던 캠프 아나콘다 공군기지를 공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ISIL 대원 4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