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책위 9명 중 3명 금융투자업계서 채운다…전문성 강화

[이데일리 김성수 김대연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첫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 9명 위원 중 3명을 금융·투자업계에서 선임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새 수책위는 이달 주요 기업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7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2023년도 제1차 기금위에서 이같은 내용의 수탁위 수탁자책임활동 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이날 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안건은 △2022년도 국민연금기금 결산(안)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안)이다.

현재 수책위원은 총 9명이다. 수책위 1기가 활동했던 지난 3년간은 상근위원 3명, 비상근위원 6명을 각각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가 추천했다.

이번에 기금위에서 논의한 안건은 이 3곳 단체가 추천한 인사를 1명씩 줄이는 대신 나머지 3명을 금융·투자전문가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대표성보다는 전문성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현행 수책위는 가입자 단체 추천을 받은 사람만 위촉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수책위 위원 중 일부(총 9인 중 3인)는 관계 전문가 단체로부터 추천받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자산운용,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책임투자 등 분야의 전문가들을 폭넓게 위촉,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금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단체에서 각 3명씩 추천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기존 단체에선 2명씩 받고 전문가 단체로부터도 3명을 추천받겠다”며 “수탁위에 주로 회계사와 법률가 분들이 많은데, 다양성 부분에서 구멍이 있는 것 같아 재무학계나 증권업계, ESG 학회 등에서 추천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기금운용위원 중 일부는 항의하면서 회의실에서 퇴장했다. 각 단체가 추천해 선발되는 인원이 줄어들다 보니 근로자 대표 측에서는 해당 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고 갔다.

이날 기금위에서는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책위로 일원화하는 안건 등은 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번 개정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행대로 대표소송은 기금운용본부가 행사하고 예외적인 사안에 한해 수책위가 결정한다.

국민연금기금 2022년도 결산 결과 기금 순자산은 890조4000억원(작년 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적립금인 948조7000억원 대비 약 58조원 감소한 수치다.

증감내역을 보면 보험료 수입(55조9000억원)에서 급여를 지급(34조원)한 후 적립된 금액 21조9000억원과 당해연도 자산운용 결과 26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투자자산 평가이익에서 106조6000억원이 감소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작년은 투자환경이 악화되면서 기금 적립금이 감소했고, 올 들어 수익률이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금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