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업(자)를 유사수신업(자)으로 규정해 ‘원칙 불법 예외 허용’으로 다루고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ICO, 가상화폐 공개)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입법안에 모두 담기로 했다.
정부입법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것은 투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상화폐 시장을 국회에만 매달려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야 의원 대부분이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입법이 ‘지원책’보다는 ‘규제책’에 가까운 내용이라 의원입법 발의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입법 절차를 밟게 되면 통상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게 보통이어서 제때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 “규제법안 밀어붙인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리는 가상화폐 관련 공정회 후 가상화폐 규제 법안을 정부안으로 내놓기로 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12월 4일 국회 공청회를 들어보고 정부 입법으로 할 것”이라며 “유사수신 규정, ICO 금지, 거래소 인가제 불가 등 기존 기조가 그대로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준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해 불법으로 규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고객자산을 별도로 예치하는 등 소비자보호 장치를 마련할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29일 범정부 차원의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열고 기술·용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위험 증가, 투기수요 증가로 소비자피해 확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 인가제를 허용하면 자칫 정부가 가상화폐를 인정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어 인가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가상화폐가 통화가 아니라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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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대표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1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규제 공백을 틈타 해외 가상화폐 업체까지 국내 시장에 밀려오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고 있어 온라인 쇼핑몰처럼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하면 운영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가상화폐투기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가상 통화가 투기화하는 현실”이라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이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법안 내용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하되 국회 의원실과의 협의를 통해 국회의원 이름을 빌려 제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대부분 정부안이 가상화폐 시장의 ‘지원책’보다는 ‘규제책’에 가까운 내용이라 법안 발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입장을 선회했지만 시간이 문제다. 정부입법 절차를 밟게 되면 통상 6개월 이상이 걸린다.
관계기관 및 당정 협의→입법 예고→규제개혁위원회 심사→법제처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대통령 등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원입법은 의원 10명 이상이 ‘품앗이’를 통해 동의하면 법안 발의를 할 수 있어 빠르면 한 달 내에도 논의할 수 있다.
정부나 금융권은 정부 입법을 본격화하면 국회가 정부안에 의견을 첨부해 의원입법으로 재논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정부안 발의에 나서면 국회에서도 정부안에 의견을 첨가하는 식으로 의원입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