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참패` 동부익스프레스, 현대百 개별협상 나선다

주관사 산은-CS, 현대백과 세부협상 계획
투자원금 3000억원대까지 매각가 낮아질수도
  • 등록 2015-09-17 오후 5:50:25

    수정 2015-09-17 오후 7:09:34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경쟁입찰 방식이었던 동부(012030)익스프레스 매각 본입찰이 현대백화점(069960) 단독 응찰로 마감되면서 이제부터 매각측과 현대백화점 간 개별협상이 진행된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 지연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매각측에서 연내 매각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익스프레스 매각가격이 투자 원금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 16일 동부익스프레스 본입찰에 단독 응찰한 현대백화점측과 매각 조건에 대한 세부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매각 흥행에 실패해 입찰자가 한 곳만 나선 상황인 만큼 매각가를 끌어올리는 협의가 아닌 추후 매각가를 낮출 수 있는 세부 매각조건 조정에 방점이 찍혀있다.

당초 매각측이 제시한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원칙은 연내 매각과 가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었다. 이미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작업이 꽤 지연된데다 일정이 지체될수록 기업가치는 하락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조기 매각을 통해 최대한 회수(Exit)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인수 흥행이 전제됐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매각 주관사는 가격을 높이기 위해 매각을 연기하고 추가 인수 후보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각측은 가격보다 조기 매각이 더 급한 상황이다. KTB PE는 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끌어올 후 재매각해 차익을 남기는 바이아웃(Buy-Out·경영권 지분매매) 딜을 수행한 레코드(실적)가 없다. 애초 동부익스프레스 회수 계획도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지분을 인수하고 추후 동부그룹에 재매각하는 방식이었다. 동부건설에 우선매수권을 주고 되팔 때를 감안해 지분 100%를 3100억원이라는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동부건설이 지난해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동부그룹은 경영권을 상실하게 됐다. KTB PE측은 곧바로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100%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동부그룹은 현재도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는 사실상 동부그룹 경영 아래에 놓여 있다”며 “딜이 지연된데는 회사 임원들이 회사 경영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서 딜을 방해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KTB PE 입장에서는 향후 재매각 추진시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기회손실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이번 딜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현대백화점과의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경우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M&A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매각가가 당초 매각측이 원했던 7000억~1조원 수준보다 크게 낮은 4000억원 이하를 써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흥행 참패로 투자 원금 수준인 3000억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현대백화점은 최근 베어링PEA가 지분 100%를 보유한 로젠택배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등 여러 물류회사 인수를 타진하고 있어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딜을 포기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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