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슬픔 삭이고 속속 일상으로

TV 오락·예능 프로그램 방송 재개
극장가 관객수 사고 이전 수준 회복
일상 회복해 유가족 돕는 방법 찾아야
  • 등록 2014-05-13 오후 8:20:00

    수정 2014-05-13 오후 8:20:00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서울 서초구에 사는 신혼 주부 송진영(34)씨는 지난 주말 남편과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송씨는 뉴스만 보면 화가 치밀고 희생자들의 사연에 눈물 짓던 날이 많았다. 보다 못한 남편이 극장으로 송씨를 데리고 간 것. 송씨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덕에 우울한 기분을 털어낼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달이 다가오면서 방송과 영화 등 대중문화계를 필두로 우리 사회가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희생자 애도 분위기 속에서 그간 결방되던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영을 재개했고, 극장가에도 관객들이 몰리면서 붐비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움츠러들었던 공연계도 참사의 아픔을 예술로 위로하기 위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전문가들은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 잊지 말되, 일상으로 돌아가 문화와 여가를 통해 정서적인 우울을 극복하고 피해자와 피해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TV에서는 그동안 방영을 중단하거나, 특집 방송으로 대체했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송을 재개했다. 추락했던 시청률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13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영된 MBC ‘일밤’(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은 12.7%(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5일부터 11일까지 방송된 지상파 프로그램 중 시청률 8위다. ‘일밤’의 방영은 4월 13일 이후 4주만이다. MBC의 또 다른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10일 11.8%(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한도전’은 세월호 참사 전인 지난달 12일 10.9%의 시청률을 기록한 뒤 2주간 결방했다. 지난 3일 방송을 재개하며 10.1%의 시청률을 올린 데 이어 10일 시청률은 전주보다 1.7% 포인트 높아졌다. 지상파 방송사 홍보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주춤하던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이 사고 이전으로 돌아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극장가 또한 5월 둘째주 들어서면서 관객들이 다시 몰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지난 9~11일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은 약 180만명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첫 주말이었던 4월 18~20일엔 100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CJ E&M 관계자는 “4월 중순이 극장가의 전통적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세월호 사고 여파로 관객이 많이 줄었다”며 “하지만 5월 첫주 연휴 이후 개봉작이 늘어나면서 관객들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공연 취소가 이어졌던 공연계도 차츰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국립극단을 비롯해 국립예술단체들은 예정된 공연들의 막을 올리고 있으며 클래식 공연과 뮤지컬 공연 등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창호 알파브레인연구소 대표(사회심리학 박사)는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 전의 일상으로 돌아와 이성적인 사고로 유가족을 돕고 사고 재발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슬퍼하더라도 그 슬픔에 일상이 침몰되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고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한국상담협회 부회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많은 국민들이 우울감과 불안감,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스트레스에 대한 가장 좋은 대처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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