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납북자·억류자·강제송환 탈북민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북한정권의 범죄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합된 목소리로 규탄해줄 것을 촉구했다.
통일부는 29일 남북관계관리단에서 납북·억류·강제실종 문제의 국제연대를 위한 가족들의 호소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공청회는 8월 30일 ‘세계 강제실종희생자의 날’을 계기로 마련됐다.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더 이상 막무가내식 사실 부정이 아닌 공식 사죄와 문제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통일부는 끝까지 이 문제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에서 ‘납북·억류·강제실종 문제 국제연대를 위한 가족들의 호소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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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억류자·강제송환 탈북민 가족은 유엔을 통해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촌동생이 작년 10월 중국에서 북송됐다는 김혁 민주평통 상임위원은 “사촌동생 김철옥은 15살에 중국에 팔려가서 25년을 살던 중 작년 제3국 이동중에 붙잡혀 북송됐다”며 “사촌동생을 비롯해 탈북민 500여명이 작년 10월 북한으로 넘겨졌다”고 했다.
이어 “중국 당국에 의해 북송된 피해자 사례를 수집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중국 정부에 물어야 한다”며 “11월에 진행되는 북한에 대한 유엔 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에서 서면질의나 권고안을 통해 북한인권 침해 사례와 강제북송에 대해 북한의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아들이 강제북송된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대표는 “17살 아들이 엄마와 살고 싶은 마음에 탈출했다가 2020년부터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은 고문, 처형, 굶주림 등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방법으로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이야기는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 함께한 주한 외교공관 대사와 관계자들도 강제송환문제에 대해 공감을 보냈다. 기예르모 끼르빠뜨릭 주한스페인대사는 “남북 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건물에서 납치 등 인권 문제를 다루는게 안타깝다”며 “대한민국 납북·억류자 가족이 우리의 연대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셸 윈트럽 아일랜드 대사는 “윤석열 정부가 납북·억류자 문제에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려면 초당적 협력이 있어야 하고, 초당적 협력이 이뤄지려면 피해자들의 이야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에서 ‘납북·억류·강제실종 문제 국제연대를 위한 가족들의 호소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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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부가 납북자·억류자·강제송환자의 생사확인과 석방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제기됐다.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역대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정부의 안일한 태도로 납북 피해자의 아픔만 커졌다”며 “정부는 납북자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국가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 납북자 전담부서를 만들었지만 예산이 3억원에 불과하다”며 “다음달부터 납북자 사진과 명단으로 대북전단을 만들어 날릴 것”이라고 단체 차원의 행동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