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태영호, 전투기 호위 받으며 망명..스릴러 소설처럼 긴박했다"

  • 등록 2016-08-22 오후 5:36:12

    수정 2016-08-22 오후 5:36:12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최근 귀순한 영국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55·가명 태용호) 공사 가족이 영국과 미국 당국의 협조 아래 영국 공군기로 독일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유력지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21일(현지시각) 태 공사 가족의 망명 과정에 대해 “마치 영국의 스릴러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박했다”며 상세히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북한 당국으로부터 자금 횡령과 비밀 누설 혐의로 태 공사에 대한 소환 지시가 있었으며, 6월중 태 공사는 런던의 한 골프장에서 영국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태 공사의 아내이자 김일성 빨치산 동료였던 오백룡 집안 출신의 오혜선 씨도 혁명 1세대 자손들이 잇따라 실각, 강등되는 것을 보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왼쪽)이 에릭 클랩튼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옆에서 에스코트하던 태영호 공사 모습 (사진=일본 TBS 방송 캡처/연합뉴스)
영국 당국은 그로부터 2주 뒤 내부 논의를 마치고 미국 정보 당국에 태 공사 가족의 상황을 전했고, 7월 초 워싱턴의 고위 관계자들이 태 공사의 망명을 논의하기 위해 영국에 도착했다.

태 공사의 망명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으나 서울에서 ‘유럽 어느 곳에서 북한 외교관의 망명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북한 중앙검찰소는 7월 12일 태 공세의 수사 시작 결정서를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의 망명은 12일을 전후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태 공사의 차남 금혁 군의 영국인 친구는 “7월 중순 금혁의 모든 SNS가 막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7월 중순 태 공사 가족은 영국과 미국 관계자들이 동행한 가운데 영국의 공군기지로 향했다. 영국에서 테니스와 골프를 즐긴 태 공사는 자신의 테니스 라켓과 골프채 등을 포함한 짐을 꾸렸고, 부인 오씨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물건을 잔뜩 사고 싶다”며 한 대형마트에 들러줄 것을 요청했다.

태 공사 가족과 영국·미국 관계자 7명은 마침내 영국의 브라이즈 노턴 공군기지에서 30인승 영국 공군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향할 수 있었다. 2대의 타이푼 전투기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들이 탑승한 비행기를 호위하기도 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사진=AFPBBNews)
영국에서 독일로 향하는 동안 금혁 군은 한 친구에게 자신이 갑자기 떠나게 된 이유를 담은 편지를 썼고, 태 공사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감사 편지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2시간 뒤 비행기는 독일의 람슈타인 미군기지에 도착했고, 이 곳에서 태 공사 가족은 비행기를 갈아타고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당초 태 공사 가족은 직항으로 한국에 온 것으로 보도됐으나 이 매체에 따르면 그들은 독일을 거쳐 망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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