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韓 ETF]③뒤죽박죽 세제…투자하라는 얘긴지

똑같은 ETF인데 국내파vs해외파 세금 달라
비과세 해외펀드 혜택도 '미미'…실효성 떨어져
  • 등록 2015-09-09 오후 5:50:31

    수정 2015-09-10 오전 7:38:14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해외 직접구매(직구) 열풍이 금융시장에도 불었다. 애플, 스타벅스 등 해외 주식뿐 아니라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도 직구 대상이다. 국내 상장된 해외지수 관련 ETF만 40개가 넘는데도 왜 굳이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ETF에 투자할까.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이다. 똑같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투자하는 ETF더라도 고액 자산가라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ETF보다 해외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편이 유리하다. 해외 상장 ETF는 해외 주식으로, 국내 상장 ETF는 해외 펀드로 각각 간주되는데 적용되는 과세체계가 다르다.

예컨대 해외주식 투자 상위에 올라와있는 ‘CHINA AMC CSI300 INDEX ETF’와 국내거래소에 상장된 ‘KINDEX 중국본토CSI300’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두 상품 모두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세금은 크게 다르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KINDEX 중국본토CSI300는 매매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낸다. 일종의 해외 주식형 펀드라고 간주하고 같은 세율을 매긴다. 다른 금융상품에서 나온 소득을 포함한 총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고 41.8%까지 세금을 낼 수 있다.

비슷한 상품이지만 해외에 상장된 CHINA AMC CSI300 INDEX ETF에 투자하면 매매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펀드가 아니라 해외 주식이라고 인식하고 양도소득 과세 대상이 된다. 겉보기에는 세율이 더 높지만 장점은 분리과세된다는 점이다.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어도 종합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 고액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차이는 또 있다.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상품간 손익을 합쳐 과세한다. 한해 동안 해외에서 설정된 ‘A ETF’와 ‘B ETF’에 투자해서 A ETF에서는 100만원을 손해보고 B ETF에서 300만원을 벌었다면 세금은 총 이익 200만원에 대해서만 물면 된다. 게다가 250만원까지는 기본 공제받는다. 국내 상장된 해외 ETF는 이런 혜택이 없고 각각 과세한다. 다양한 ETF에 투자하는 사람에게 상당히 유리한 구조다. 분리과세되는 데다 손익까지 통산되는 해외 설정 ETF를 두고 종합소득세 부담이 있는 국내에 상장된 해외지수 ETF를 굳이 살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정부가 내년 도입하는 비과세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에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도 포함되지만, 실질적 혜택을 누리긴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는 처음 가입 후 2년 동안만 사고 파는 게 가능하고 이후에는 10년 내에 팔 수만 있고 추가로 더 살 수 없는 구조다. 매매가 자유롭다는 게 최대 장점인 ETF 특성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납입한도가 30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아직 구체적 시행령이 나오진 않았지만 ETF를 샀다 팔았다 한 금액까지 납입한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는 주식처럼 사고 팔면서 수익을 내는 상품인데 이런 식의 세제 적용은 혜택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당장 내년부터 상품을 비과세펀드가 도입되는데 아직 뚜렷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자산운용업계는 1년 전부터 ETF와 관련한 개선 사항을 금융당국에 요구했지만, 연초에 방안을 내놓겠다던 금융당국 대책은 이달까지 미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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