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 조양호 회장, 검·경 줄다리기 끝에 불구속 송치(종합)

警, 조 회장에 두차례 구속 영장 신청
檢 “혐의소명·정황증거 부족” 모두 반려
  • 등록 2017-11-22 오후 4:02:26

    수정 2017-11-22 오후 4:02:26

자택공사에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68) 한진그룹 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이 수사·증거 부족을 이유로 경찰의 영장신청을 재차 거부한 상황에서 조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이밖에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대한항공 시설담당 조모 전무, 인테리어 업체 대표 장모씨 등 3명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조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서울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7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같은 시기 진행하던 영종도 한 호텔(전 그랜드하얏트 인천) 공사 비용으로 꾸며 회사에 떠넘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19일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경찰청에 출석한 조 회장은 ‘회사 자금이 자택 인테리어 비용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고 있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달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조 회장과 한진그룹 시설담당 조모 전무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다음날인 17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하고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수사를 재지휘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 등을 감안하면 조 회장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부분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혐의 입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 반려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영장 신청 반려 이후 “단순 전달자인 건설 부문 고문 김모(73)씨를 구속한 상황에서 주요 실행 행위자인 조 전무와 최종 수혜자인 조 회장의 영장을 반려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경찰은 (조양호 회장 사건과 관련해) 최선을 다해 수사했고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조 회장의 범죄혐의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며 추가조사를 거쳐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경찰은 이후 16일 만인 지난 2일 구속 영장을 재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 회장이 비용 전가 사실을 보고 받았거나 알았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또 기각했다.

이 과정에서 채동욱(58·사법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이 조 회장의 변호인으로 경찰에 선임계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영장 반려가 채 전 총장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조 회장 측은 그러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영장을 반려한 것을 경찰이 다른 부분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며 “수사당국은 정황 말고 명백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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