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전 고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여러분, 모든 것을 내려놓아 텅 빈 제 등에 짐을 얹어 달라. 대한민국의 미래만 보고 소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2년여전인 2014년 7월31일 정치를 떠난다는 말씀을 드린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섰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전라남도 강진 만덕산 자락에 있는 조그마한 토담집에 머무르면서 정치라는 짐을 내려놓고 저의 삶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왔다”면서 “마침 강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동안 유배생활하면서 경세유표, 목민심서 등 나라를 위해 저술 작업을 했던 곳이다. 저도 나라를 위한 책 한권쯤 쓰는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 하루하루 지내다보니 강진살이가 두 해를 넘겼다”며 그동안 강진에서의 삶을 회고했다.
그는 특히 ‘이 나라는 털끝 하나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하고 말 것이다’라는 다산의 말을 인용하며, “제 가슴에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향한 경고로 울렸다”고 고백했다. 손 전 고문은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다. 87년 헌법 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고,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다”면서 “질곡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만 남기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