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실 끊이지 않는 LH, 각고의 노력 필요하다

  • 등록 2023-08-29 오후 6:10:54

    수정 2023-08-29 오후 7:46:47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의도는 좋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건축학회 연구용역을 통해 개발한 ‘무량판 지하주차장 구조시스템(LH-FS)’ 도입을 위한 보고서에는 철근 등 감소로 연간 751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하는 데다 주차 폭도 확대해 입주자 만족도까지 높아질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고서 내용만 보면 해당 기술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와 동시에 아파트 품질 관리를 위해 ‘외부품질점검단’ 운영을 자체적으로 시도한 것 역시 의도가 좋았다. LH는 해당 점검단 운영을 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외부감사 시스템을 통해 아파트 품질을 높인다”고 했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었다. LH-FS 공법은 LH가 특허를 신청한 기타 3개의 무량판 공법과 달리 주차장에만 적용하는 기술공법이다. 활용성 증대, 경제성 등의 사유로 2017년부터 102개 단지에 적용했고 사고가 발생한 인천검단 AA13-2BL도 LH형 무량판 지하주차장 공법을 일부 적용했다고 했다. 의문이 생긴다. 왜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에 LH-FS를 ‘모두’ 적용하지 않았을까. 건설 현장에선 ‘철근을 칭칭 감는’ LH-FS 공법이 철근을 공장에서 가공하는 최근 상황에 맞지 않는데다 칭칭 감은 철근을 제대로 꽂는 것 역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으로 오히려 공기가 늘어날 수 있어서라고 했다.

‘외부품질점검단’ 역시 국내 내로라하는 전·현직 건축 관련 교수와 공무원, 기술자 417명을 모아 놓곤 정작 가구, 마감재, 조경 등과 관련한 외관상 하자 유무만 주요 점검 대상으로 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유무형의 손실은 젖혀두더라도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 차질 우려와 공공주택에 대한 국민의 신뢰 하락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LH에 대해 민간보다 턱없는 실력으로 민간 위에 군림한다며 고강도 수술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터질 때만 반짝하는 혁신안은 ‘제2의 검단아파트’ 사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각고의 노력으로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만이 벼랑 끝 추락을 막고 국민에게 인정받는 공공기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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