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국민의힘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들이 산적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비대위 전환을 위한 핵심 절차를 진행할 키를 쥔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31일 사퇴하면서 내부 반발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미 누더기가 된 당헌·당규를 통해 새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인력난과 반대 여론에 비대위 구성이 제대로 될지 의문점이다. 여기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황이라 비대위를 둘러싼 지루한 법적 공방도 계속될 전망이다.
|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이 3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위원회 의장직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어 이르면 추석 이전까지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번 비대위 출범의 핵심 요건은 ‘당헌 96조 제1항’이다.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에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비상상황’이라는 문구를 추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정당성을 얻겠다는 게 당의 입장이다.
다만 이 개정안 의결을 위해서는 총 두 번의 상임 전국위원회와 전국위위원회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또 비대위원장·비대위원 임명에 걸리는 기간 등을 감안하면 남은 시간은 빠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병수 의원이 전격 사퇴했다. 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 시간부로 전국위 의장직을 내려놓는다”며 “의장 궐위시 전국위 부의장에게 소집 절차 권한이 넘어간다”고 말했다. 서 의장은 그동안 비대위 절차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새 비대위 체제에 반대해 왔다. 서 의원이 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전국위 부의장 윤두현·정동만 의원 중 연장자인 윤 의원이 전국위 소집권과 사회권을 이어받아 당헌·당규 개정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 리스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 전 대표가 권성동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비대위원 8명을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관련해 심문 기일이 다음달 14일로 예정돼 있다. 새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추가 가처분 신청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내 초선은 물론 중진의원들의 반발도 여전한 상황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비대위는 법원의 판단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관계자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법원에서 또 인용할 가능성이 1%도 없다고는 말할 순 없다. 만약 또 인용된다면 항고 등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말그대로 식물정당 상황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비대위를 구성하는데 비대위원장은 물론 비대위원을 바꿔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유지할 경우 법원 결정을 따르지 않게 돼 법적 리스크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선 당내에서 주호영·조경태 의원, 원외에선 김병준 전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당 소속 중진 의원은 “비대위원장부터 비대위원까지 새롭게 바꿔야 하는데 출범 전부터 리스크를 안고 있는 비대위에 누가 참여할지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