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이 직접 지시..2·3기 방심위 '청부 민원' 논란(종합)

상정된 민원 상당수 의결 안건으로 올라 중징계로 이어져
정권에 불편한 내용, 홈쇼핑 광고 등 46건 중 33건 중징계
  • 등록 2018-03-19 오후 5:55:53

    수정 2018-03-19 오후 6:40:25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사무처 직원을 시켜 ‘청부민원’(대리민원)을 시킨 것으로 4기 방심위 감사 결과 드러났다. 그동안 정치심의, 편파심의 의혹을 받아왔던 과거 방심위는 ‘청부민원’에 ‘셀프심의’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방심위 위원도 본인 명의로 방송 내용에 관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같은 합법적 절차가 있음에도 2기와 3기 방심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대리로 46건 넘는 민원을 제기토록 했다. 실제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 있던 방송 상당수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민경중 제4기 방심위 사무총장이 과거 청부 민원을 제기했던 사례를 들고 설명중이다.
전임 위원장 지시 받아 팀장이 청부 민원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김모 전 방송심의기획팀장에 대한 업무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김 팀장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5년 2개월 간 46건의 방송 관련 민원을 전 위원장과 전 부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제기했다. 이 과정에 일반인의 명의를 빌려 대리 민원을 제기했다. 이중 33건이 법정제재 등 중징계로 결정됐다.

대표적인 청부 민원 내용으로는 △2013년 MBC 뉴스데스크 ‘박근혜 대통령의 국산 헬기 수리온 배치 기념식’ △2015년 KBS 광복 70주년 특집 ‘뿌리깊은 미래’ 1편 △2016년 JTBC ‘괌 배치 관련 외신 보도 오역’ 건 등이다.

2013년 MBC 뉴스데스크 ‘박근혜 대통령의 국산 헬기 수리온 배치 기념식’ 민원에서 김 팀장은 ‘대통령 뒤에 인공기를 배치한 의도는?’이란 제목으로 방심위 민원상담실에 접수했다. 이 민원은 방심위 의결에까지 올라갔고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15년 KBS 광복 70주년 특집 ‘뿌리 깊은 미래’ 1편에서 김 팀장은 역사가 왜곡된 다큐멘터리라고 심의를 요청했다. 이 역시 대리 신청이었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경고를 받았다.

김 팀장의 민원은 TV조선과 MBN 등 JTBC 외 종편에도 제기됐다. 특히 홈쇼핑 연계 건강식품 홍보 건, 식품 과장 광고 등이 있었다. 정치적이지 않은 콘텐츠에까지 청부 민원을 시킨 이유에 대해서 민경중 4기 방심위 사무총장은 “우리도 (그들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민 사무총장은 “확인 결과 심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며 “김 팀장은 비밀 유지 등의 부탁을 (전임 위원장, 부위원장으로부터) 여러 번 받았다”고 전했다.

방심위는 이번 사안이 중대한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해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전임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강상현 제4기 방심위 위원장의 결제가 떨어지면 형사 고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4기 방심위, 통상적 민원 과정 벗어난 ‘탈법행위’ 규정

통상적인 안건 상정은 방심위 내 모니터링팀과 일반인들의 민원을 접수 받아 진행된다. 취합된 안건은 사무처에서 검토하고 안건화를 한다. 이후 방심위 산하 방송소위로 상정된다. 방송소위를 통과한 안건은 전체회의에 상정되고 이후 방심위원장과 위원들이 제재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번 청부심의 안건은 김 팀장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민원 상담실에 직접 접수했다. 김 팀장은 본인이 직접 안건화를 해 소위원회 담당 국장에 올렸다. 이후 방송소위, 전체회의를 거쳐 제재까지 갔다. 결과적으로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자신이 청부 민원한 사항을 갖고 셀프 심의를 한 셈이다.

민원부터 상정, 의결까지 과정
4기 방심위는 편법으로 안건을 심의에 상정한 게 주민등록법 위반, 업무 방해, 문서 위조 등의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 사무총장에 따르면 이번 청부 민원 제기는 우연한 기회에 발견됐다. 일부 민원이 제대로 된 본인인증을 거치지 않은 점을 이상히 여겨 담당 팀장을 추궁했던 것. 특정 회사의 PC에서 수십건 민원이 올라간 점도 수상히 여겼다. 결국 김 팀장은 과거 청부 민원 사실을 시인했다.

민 사무총장은 “그간 방심위가 정치심의, 편파심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과거 방심위 적폐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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