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금 보냈는데 대출 줄면 어쩌나"…실수요자 발동동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첫날 영업점 가보니]
아파트 잔금일 앞두고 답답함 토로
은행 "대출 창구 예상보다 덜 붐벼"
전세대출 전화 문의는 소폭 증가해
  • 등록 2024-09-02 오후 7:25:15

    수정 2024-09-02 오후 9:53:09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주택담보대출 승인되고 실행일까지 한 달은 걸린다는데 대출 기간이나 한도도 변경될 수 있나요.”(A은행 마포지점)

“저번엔 된다고 하는 대출 정책이 이제 와선 안 된다니 어이가 없죠. 왜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 건가요.”(B은행 서초지점)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 정책으로 대출 시장이 ‘혹한기’로 치닫고 있다. 이달 들어 대출 한도를 더 조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하면서 은행 대출 창구엔 대출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다만 대출 막차를 타겠다며 대출창구로 몰리는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찍이 2단계 규제 시행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가 예정돼 있어 실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차주들은 지난달 대출을 받았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중은행이 추가로 전세자금대출 등을 줄이면서 실제 대출이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상담이 예년수준보단 늘었지만 급하게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문의를 해온 전화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자체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은행 지점 창구에서도 ‘대출 가뭄’ 우려가 나온다.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대출 문의 등 은행 업무를 위한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창구는 한산했지만…실수요자 차주는 답답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후 첫 영업일인 2일 신한은행의 한 창구에는 유독 대출 문의를 하는 고객으로 오전부터 붐볐다. 주담대 한도가 더 줄면서 곤란을 겪게 된 고객이 늘어서다. 수도권은 4~13%, 비수도권은 3~8%까지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소식에 주택 매수를 앞둔 이들이 급하게 은행을 찾은 것이다.

이날 지점에서 만난 3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 아파트를 매매하기로 하고 집주인에게 가계약금까지 송금했으나 대출 한도가 생각보다 낮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은행을 찾았다. 가령 연소득이 6000만원인 차주가 은행권에서 30년 만기 변동금리(대출이자 4.0% 가정)로 대출받으면 스트레스 DSR 도입 전 한도는 4억 1900만원이었으나 이젠 수도권 주담대 한도는 3억 6400만원으로, 5500만원가량 줄어든다. 김씨는 “스트레스 DSR 뿐만 아니라 만기도 축소되고 방공제(최우선변제 소액임차보증금)도 없앤다고 하니까 덜컥 겁이 나 대출 한도 상담을 받으러 왔다”며 “실수요자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하나은행 서초지점 관계자는 “가계대출 대책이 나왔던 지난달에 대출이 필요한 고객 대부분이 대출 절차를 진행했다”며 “이날은 전세자금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상담 전화가 평소보다 좀 늘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역삼지점 관계자는 “급하게 대출 가능하냐는 문의는 없었다”며 “전세대출이나 이전에 받은 대출한도가 혹시 줄어드느냐는 문의만 있었다. 신규 대출 문의는 평소 수준이었다”고 했다. 비대면 대출이 많은 데다 금리나 한도를 직접 플랫폼에서 비교할 수 있어 창구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DSR 2단계 도입 전후로 매매잔금, 생활안정자금 등 대출 신청이 상당수 있었고 지난달 말 이후에는 신청고객이 많지 않은 상황이나 대출 가능 여부나 가능 금액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에 주택매매 계약을 하고 아직 잔금일이 남은 일부 고객은 본인의 대출한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문의가 많다”며 “다만 실제 주택매입 관련 주담대 대부분 대출모집인을 통해 접수되고 있어 창구를 통한 접수는 많지는 않은 상황이다”고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주담대 증가폭 ‘역대급’…“규제 불가피하나 실수요자 보호해야”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수요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 3642억원으로 전달(715조 7393억원)보다 9조 6259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견인하고 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568조 6616억원으로 7월 말(559조 7501억원)보다 8조 9115억원 늘었다. 이번 가계대출과 주담대 증가 폭은 직전 최대 수준이었던 2021년을 넘어 사실상 역대 최대치다.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 4562억원으로 한 달 만에 8494억원이 늘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전세대출 잔액은 118조 8363억원으로 전월(118조 6241억원)보다 2121억원 늘었다. 넉 달 연속 증가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급증세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대출 조이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2단계 DSR과 함께 공급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달부터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어들 전망이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하지만 갑자기 대출이 줄면 경착륙 우려가 일어나기 마련이다”며 “무엇보다 세밀한 실수요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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