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스 업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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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내 유명 인사 300여명이 성범죄 퇴치를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1300만달러(약 138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사회 각계 각층의 성폭력 피해 근로자들을 위해 쓰는 한편, 성폭력에 적극 대처하지 않는 기업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 제정에 착수하기로 한 것.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애슐리 주드, 케리 워싱턴, 아메리카 페레라, 나탈리 포트만, 엠마 스톤, 리즈 위더스푼 등 유명 헐리우드 여배우들과 유니버설 픽처스의 도나 랭글리 회장, 미셸 오바마의 참모를 지낸 니나 쇼와 티나 첸 변호사, 나이키 재단의 마리아 아이텔 의장 등 사회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타임스 업(Time’s Up·때가 됐다)’이라는 성폭력 근절 단체를 발족했다고 전했다.
타임스 업은 이날 NYT와 로스앤젤레스의 스페인어 신문인 라 오피니언(la opinion)에 “남성 중심의 작업장에서 단지 승진하고 듣고 인정받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은 끝나야 한다”는 전면 광고를 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포함해 미 전역의 직장 내 성폭력·성차별을 몰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이 단체에는 300명 이상의 저명 인사들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해 하비 와인슈타인의 성추문으로 촉발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단순 폭로에 그쳤다면, 타임스 업은 한 발 더 나아가 각종 성범죄 및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특히 중구난방으로 분산돼 있던 목소리와 각종 캠페인을 한 데 모으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아이텔 의장은 “그동안 사람들이 너무 제각각으로 움직였다”며 “그동안엔 단순 불만 표출과 폭로, 한탄 등에 그쳤지만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 위해 함께 뭉치기로 했다. 지난 해 10월 타임스 업 발족을 위한 첫 미팅 때 이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타임스 업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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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 업은 별도로 대표를 두지 않고 다양한 실무그룹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애니타 힐이 이끄는 그룹의 경우 쇼비즈니스 분야에서 성희롱을 종식시키기 위한 청사진 마련이라는 책무를 맡았다. ‘2020년까지 50대 50’이라는 그룹은 향후 2년 동안 엔터업계 기업들로부터 성평등을 실현하겠다는 동의서를 받아내기로 했으며, 이미 목표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변호사 그룹은 성폭력에 눈을 감고 있거나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기업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안 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
타임스 업은 또 건물 잡역부, 간호사, 농장, 공장,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일하는 근로자 등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1300만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리스 위더스푼과 메릴 스트리프,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기부를 약속했다. 그레이스 아나토미, 스캔들, 하우투 겟 어웨이 등의 TV 드라마를 제작한 숀다 라임스는 “이 단체에 속한 여성들이 힘과 권력이 없는 다른 여성들을 위해 싸울 수 없다면 그 누구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오는 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선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검은 색 의상을 입고 레드 카펫 위를 걷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에바 롱고리아는 레드 카펫 행사에 대해 “패션을 과시하기 위한 순간이 아닌 연대를 위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여성들이 캠페인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