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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법적 책임과 거취문제를 각각 판가름낼 박영수 특별검사팀·헌법재판소와 피할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앞두고 힘겨루기에 나섰다. ‘언론플레이’를 이유로 특검의 대면조사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데 이어 헌재에 직접 출석해 ‘탄핵심판’ 일정을 뒤흔드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벼랑 끝 ‘강공’은 ‘태극기집회’로 대변되는 보수층 결집이 어느 정도 가시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검에 ‘언론플레이 말라’..9일 대면조사 무산박 대통령 측은 8일 특검의 대면조사 일정이 외부에 새어나가자 “특검보 중 한 명이 특정 언론에 관련 내용을 누설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출 진원지를 ‘특검’으로 지목한 후 “특검이 언론플레이를 펴고 있다”고 강력 항의했다. 박 대통령 측과 대통령 대리인단 내부에선 “대면조사를 걷어차야 한다” “특검의 공식 사과 없이는 보이콧해야 한다” 등의 강경 발언도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대면조사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9일 대면조사는 일단 거부하되 향후 상황을 봐가며 재협의 나선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이번 반발은 대면조사 이후 특검이 여론전을 통해 ‘뇌물죄’ 등 각종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걸 사전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의미가 크다. 한 관계자는 “일정까지 흘리는 특검이 앞으로 얼마나 여론몰이에 나설지는 이제 안 봐도 알 것 같다”고 했다.
한편에선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막기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 측이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대(對) 특검 공세에 나서고, 이에 발맞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을 불승인한다는 시나리오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너무 나간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황 권한대행 측도 “특검에서 공식적으로 수사기간 연장 승인을 요청하지도 않은 상태”라며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검법은 특검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한차례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중인 만큼 황 대행이 결정권자다. 특검은 1차 수사 기간 종료일인 이달 28일의 사흘 전인 25일까지 연장을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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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직접 출석’ 카드까지 만지작..막판 뒤집기 시도
자신의 운명이 걸린 다른 한 축인 헌재의 탄핵심판과도 막판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 대통령이 헌재의 직접 심리라는 카드를 갖고 재판을 늦추려는 생각을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며 “22일까지 박 대통령이 헌재의 심리기일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추 대표가 22일로 출석 기일을 못 박은 건 헌재가 이날까지 증인신문 일정을 잡아놨기 때문이다. 이 일정대로라면 이달 안에는 모든 변론이 마무리되고 늦어도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13일 전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통령이 ‘직접 출석’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보수 인터넷방송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헌재 출석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으나, 청와대 안팎에선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것이라는 관측과 창피만 당할 수 있어 불출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법조계 안팎에선 헌재의 8인 체제보다 7인 체제가 기각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만큼 박 대통령이 막바지 기일에 직접 출석할 공산은 있다고 본다. 한 관계자는 “헌정 사상 첫 특검 대면조사까지 수용했는데, 헌재 출석이 불가능하다는 법은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직접 출석은 마지막 카드”라며 “분위기를 봐가며 꺼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는 한때 ‘여론전’의 하나로 대통령의 헌재 출석을 기자간담회, 1:1 대담, 외신인터뷰 등과 함께 후보군에 올려 적극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