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우 식당인 육영토종한우. 20여명의 사람들이 윤원석 셰프의 칼끝을 지켜보고 있었다. 섬세하게 붉은 살을 갈라내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한우 명예홍보대사이자 벽제갈비 장인인 윤 셰프는 “거세우(생식기능을 제거한 수소)는 육질이 부드럽고 마블링이 풍부하다”며 “미경산우(송아지를 생산한 적이 없는 암소)는 육질이 매우 섬세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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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자조금이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해 ‘한우자조금 밋 업’ 시식회를 개최했다. 최근 한우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우 농가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에서다. 한우자조금은 한우 산업의 발전과 한우농가와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지난 2005년 출범한 비영리 단체다. 한우 농가가 한우를 출하 시 내는 1두당 2만원의 의무거출금과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된다.
이날 윤 셰프는 한우 커팅 시연을 선보였다. 거세우와 미경산우의 맛 차이와 특징도 소개했다. 윤 셰프는 “수소는 성별 특성상 근육이 많이 발달해 육질이 질긴데, 거세는 근육을 부드럽게 하고 지방의 분포도를 고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미경산우는 마블링이 뛰어난 거세우보다 고기의 본연의 맛과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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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산우와 거세우의 채끝 맛은 분명한 차이가 났다. 미경산우는 육즙이 풍부하고 쫄깃한 한우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고급 스테이크를 먹는 맛이었다. 반면 거세우는 육질이 포슬포슬하고 고소한 맛과 담백함이 일품이었다. 쌈장 마늘 등과 먹으면 더 조화로운 맛이 났다.
2등급 미경산우, 거세우 불고기도 맛봤다. 미경산우는 짭쪼름한 국물에 풍부한 육즙이 녹아든 맛이 도드라졌다. 구웠을때처럼 입에 녹아드는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었다. 거세우는 담백한 국물 맛이 살아 있었다. 오히려 구웠을 때보다 식감과 맛이 더욱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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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우(牛)라차차 대한민국! 뚝심 보충, 한우’ 캠페인의 첫 행사다. 캠페인은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고 어려움에 처한 한우업계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최근 업계는 소비 침체, 한우가격 하락, 한우법 제정 불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 소고기가 늘며 한우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한우 가격 폭락의 원인은 수요과 공급의 불일치다. 한우 사육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내식 수요가 늘며 크게 증가했다. 이후 엔데믹이 도래하고 경기침체까지 겹쳐 한우의 소비량이 급감했다. 여기에 정부가 수입산 쇠고기를 늘린 영향도 직격타로 작용했다.
한우자조금은 다시금 한우 수요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가정이나 음식점 등에서 활용 가능한 간편한 한우 요리법 확산을 비롯해 △한우 명예홍보대사 요리 분야 전문가 자문을 통한 레시피 개발 및 홍보 △한우 음식점 대상 정식 메뉴 판매 유도 △한우 레시피 온라인 홍보 △원료육 차액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동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국내 소비 부진과 수입산 소고기의 증가로 국내 한우 산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시식회 등 행사를 통해 한우 소비를 활성화해 가격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각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 한우의 균등한 소비에 기여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