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차 노조, 파업 대신 협업해야

  • 등록 2023-08-24 오후 4:30:13

    수정 2023-08-24 오후 4:30:13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벌이다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에 돌입한 현대자동차 노조가 곧 최종 파업여부를 결정한다. 오는 25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해 3분의 2 이상이 파업에 찬성하면 사실상 가장 중요한 파업 준비는 모두 마친 것이나 다름없다. 노조는 앞서 지난 18일 협상 결렬 선언과 함께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는데 큰 이변이 없다면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만약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2019년부터 이어져 온 5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도 깨지게 된다.

노사 간 갈등은 이미 올 상반기 현대차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때부터 얼마간 예견됐다. 코로나19, 반도체 수급난 등 위기 직후 글로벌 자동차 업계 선두 그룹으로 치고 나간 현대차는 현재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 2분기에는 자동차 업계 꿈의 숫자로 불리는 10%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임금인상(18만4900원)을 비롯해 상여금과 각종 수당의 현실화를 요구할 충분한 명분이 생긴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현대차 노사는 ‘정년연장’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만 60세의 정년을 만 64세로 늘려달라는 게 노조 측 요구인데 사측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번 교섭할 때마다 정년 1년 늘리는 것도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데 이것을 한 번에 4년이나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노조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 노조뿐 아니라 우리나라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정년 연장은 가까운 미래에 꼭 현실화시켜야 하는 중요한 문제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독일은 현재 65세의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올리기로 했고 스웨덴은 올해부터 정년을 67세로 연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연차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는 호봉제를 개편하지 않고서는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년을 연장하면 반대로 취업준비생들의 취업길이 막힐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와 인플레이션 탓에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무리하게 고정비를 올렸다가 자동차 수요가 확 꺾일 경우 또다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현대차 노사가 4년 연속으로 무분규 타결을 달성한 것은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를 극복한 핵심 원동력이었다. 파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학습했을 것이다. 노가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합리적인 결단을 내리길 기대해본다.

현대자동차 노사 교섭대표들이 지난 6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23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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