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세입자 곡소리…"이번 생엔 내집 못 살듯"

美세입자 48% "내집 마련 못 할듯"
X세대·밀레니얼 세대에서 고민 커
임금인상이 집값상승 속도 못 따라잡아
  • 등록 2021-09-08 오후 4:58:33

    수정 2021-09-08 오후 4:58:33

미국 세입자 48% “이번 생에 내집마련 어려워”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세입자 절반가량이 “이번 생에 내집마련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 오르는 속도가 집값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우려다.

7일(현지시간) CNBC는 온라인 대출업체 렌딩트리가 지난달 2~6일 소비자 2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8%는 “이번 생에는 내집마련을 못 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X세대(41~55세)와 밀레니얼 세대(25~40세) 사이에서 내집마련 고민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인 가운데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각각 55%, 52%가 주택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 우려한다고 답했다.

집값 상승 속도가 임금 인상 속도를 한참 웃돌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미 전역 주택가격 지수는 1년 전보다 18.6% 오르며 역대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주택 거품이 심했던 지난 2006년보다도 4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반면 6월 평균 임금은 1년 전보다 3.6%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 10여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 상승률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마저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2% 가까이 떨어졌다.

제이콥 채널 렌딩트리 수석 애널리스트는 “생애주기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시기에 있는 X세대를 비롯해 한창 커리어 중반에 접어든 이들은 ‘내가 지금 집 살 시기를 놓치면 평생 못 산다’고 생각한다”며 “평균적인 가정의 경우 주택 보유가 부의 큰 원천이라는 점에서 이런 정서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때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반면 임금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들이 목격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확산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내집마련의 의미는 부유층보다 중산층 사이에서 더 크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은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이 더 많은 부유층보다 상대적으로 주택 자산에 더 의존한다. 중산층에 있어 부동산은 부의 원천이라는 얘기다. 주택 의존도가 높은 중산층이 내집마련에 실패하면 계층 하락 위험도 커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인들은 총 가계 자산의 약 23%인 34조달러(약 3만9678조원) 상당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1조달러(약 1만2837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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