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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적자가 6299억원(잠정)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가 확대됐다고 14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적자는 1276억원이고, 역대 1분기 최저 영업손실은 지난 2011년 4757억원이다.
1분기 매출액은 16조248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76억원이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7612억원으로 5107억원이나 감소했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컨센서스(시장 평균기대치)는 419억원 적자다. 가장 부정적으로 본 KTB투자증권이 4543억원을 전망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실적은 ‘어닝쇼크(급격한 실적악화)’로 볼 여지가 크다.
미세먼지 탓에 저렴한 석탄발전 가동 줄여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은 매출이 줄어든 반면 비용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예년보다 따듯한 기온과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되면서 전기판매수익(매출)이 3000억원 감소했다.
구입전력비가 늘어난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발전 가동률이 떨어져서다. 지난 1분기 석탄발전량은 55.6TWh로 전년(64.3TWh)에 비해 크게 낮다. 전체 발전소 중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8.5%에 그친다. 전년 1분기 43.7%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한전이 석탄발전비중을 줄인 것은 예년보다 극심해진 미세먼지 때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 상한제약을 14일간 발령해 총 240기에 적용했다. 평소와 달리 화력발전 출력을 80%로 제한하다보니 석탄발전 비중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 3월부터는 노후석탄 4기(보령 1·2호기, 삼천호 5·6호기) 가동을 중지했고, 대규모 예방정비 실시로 지난 3월 석탄발전 이용률은 72.5%까지 떨어졌다. 태안화력 비정규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 이후 석탄발전소 2기가 중단된 것도 석탄발전 비중이 떨어진 원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기저발전인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면 보다 싼 가격인 원전 가동을 늘리면 된다. 지난 1분기 원전 가동률은 75.8%로 전년동기(53.9%)보다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원전 안전정비가 시행되고 있어 평균가동률(85%)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의 적자가 가중된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2080억원으로 2016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2분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발전용 LNG의 수입부과금을 인하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용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난5월1일부터는 LNG에 붙는 세금이 내려갔다. 기존 발전용 LNG에 개별소비세 60원, 수입부과금 24.2원, 관세 7.2원이 붙었지만, 이달부터는 개별소비세가 12원으로, 수입부과금이 3.8원으로 인하됐다.
여기에 석탄가격도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석탄가격은 작년 고점 t당 120달러에서 현재 80달러선까지 내려왔다. 중국이 석탄 수입을 줄이면서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셈이다. 또 LNG가격의 경우 지난 4분기에 하락했는데, 통상 5개월정도 시차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5월부터는 LNG발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현재 1분기 실적만으로 전기요금을 올릴지 결정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실장은 “2분기에는 LNG가격이 떨어지고 미세먼지도 줄어들면서 석탄발전 비중이 늘고 원전가동률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1분기 실적만으로 예단하긴 이르다. 요금 인상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니 최대한 신중히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