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업비트, 가상화폐 광풍에 '실적잔치'…매출보다 많은 순이익, 왜

지난해말 가상화폐 가격급등에 평가차익..수수료 구조 때문 순이익 급증
"올해 거래량 급감으로 실적 부진 전망...사업다각화 박차"
  • 등록 2018-04-04 오후 4:09:19

    수정 2018-04-04 오후 4:09:19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비트코인 가상화폐 거래소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지난해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가 거래 수수료로 큰 수익을 거뒀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빗썸의 경우 매출액보다 당기순이익이 더 많아 눈길을 끈다.

빗썸, 1년새 당기순이익 171배 ↑

4일 비덴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334억원이지만 당기순이익은 이보다 많은 4272억원을 기록했다. 비티씨코리아의 2016년 실적이 매출액 43억원, 당기순이익 25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1년새 매출액은 77배, 당기순이익은 171배로 급증한 셈이다. 비덴트는 비티씨코리아의 지분 10.55%를 보유하고 있어 관계기업인 비티씨코리아의 재무정보가 사업보고서에 반영됐다.

특히 비티씨코리아는 당기순이익이 매출액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수료 수익 구조와 회계처리 기준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빗썸은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때 가상통화 매입시에는 가상화폐로, 매도시에는 원화로 받는다. 매출액을 산정할 때는 가상통화 수수료가 당시 시가로 계산되지만 당기순이익은 매도시 수수료로 계산돼 가상통화의 평가이익이 더해진 결과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가상통화 가격이 급등한 탓에 평가차익이 크게 발생했다. 빗썸 관계자는 “12월 말 기준 코인 시세를 반영해 영업외수익으로 잡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수익도 크게 늘었다. 카카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매출액은 2114억원, 당기순이익은 1093억원을 기록했다.

업비트가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2달여만에 달성한 수익이다. 두나무는 카카오가 투자한 업체로 카카오가 두나무의 지분 22.3%를 보유하고 있다. 두나무의 실적에는 업비트뿐 아니라 모바일 증권거래 서비스인 ‘카카오스탁’도 반영됐으나 상당수가 업비트 실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거래소의 실적은 국내 굴지의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네이버가 지난해 당기순이익 7701억원을 기록했고, 카카오가 지난해 순이익 1275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가파른 수준이다.

올해 실적부진 우려…사업다각화 나서

다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가상화폐 시장 열기가 광풍에 가까울 정도로 뜨거웠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시세가 하락하면서 거래도 크게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빗썸은 작년 최고점 대비 거래량이 20분의1 로 줄었다. 업비트도 하루 거래액이 지난해 12월 최고 10조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에는 5% 수준인 5000억원 내외로 떨어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업비트는 2위, 빗썸 7위에 올라 있다. 올 초만 해도 국내 거래소들이 1, 2위를 다퉜지만 거래량 급감으로 해외거래소인 바이낸스와 비트플라이어 등에 자리를 내줬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고 가상화폐 시세가 조정받으면서 가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결제 기반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빗썸은 위메프와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 여기어때, 인터파크비즈마켓, 한국페이즈서비스 등과 업무 제휴를 맺고 가상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을 늘려 나가고 있다. 두나무는 블록체인 산업에 3년간 모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신규계좌 개설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당분간 거래소들의 고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수료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거래소 사업에는 한계가 있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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