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GM철수 통제 못한다" 지난해 보고…수수방관한 정부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
정부, 탄핵정국에 대응책 마련 못해
2대주주 산은, 대출없어 통제수단 '無'
금융위 등 보고했지만 대책 세우지 않아
  • 등록 2018-02-20 오후 5:41:54

    수정 2018-02-20 오후 6:02:45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산업은행이 지난해 GM(제너럴모터스)이 한국에서 철수할 것을 예상했지만 막기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보고를 받고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다가 올해 GM이 군산공장폐쇄와 정부 지원을 요구하자 ‘사후약방문식’ 처방에 나섰다는 점이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원내지도부 및 한국GM대책 TF 의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20일 산업은행이 작성한 ‘한국지엠(주)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서 “GM의 최근 수년간 해외 철수 흐름으로 볼 때 글로벌 사업재편 전략이 ‘선택과 집중’으로 선회하는 것이 확실하다”며 “해외시장 철수 단계적 실행, 자체생산 축소, 수입판매 증가, 기타 구조조정 움직임 등 철수 징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만료한 GM의 지분 매각제한이 해제되는 시점에 앞서 작성한 보고서다. 산은은 한국GM의 국내 철수 우려, 산업은행 대응의 한계점 등을 언급했다.

산은은 “GM의 지분처분제한 기한 만료, 산은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일부 해제 등으로 GM으로서는 지분을 매각할 여건이 조성됐다”며 “GM은 호주(2013년), 러시아(2014년), 유럽(2017년), 남아프리카공화국(2017년) 등에서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14년 이후 한국GM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자 2016년 3월 중점관리 대상 회사로 지정해 경영진단 컨설팅 등을 제안했음에도 미국GM 본사와 한국GM이 이를 거부했다”고 언급했다.

산은은 한국GM의 경영 컨설팅 거부와 감사 방해 등 일련의 움직임을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에 보고했지만 당시 금융 당국 등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보고서에서 “GM이 지분매각과 공장폐쇄 등을 통해 철수 시 저지할 수단이 없다”며 “산은을 포함해 금융기괸이 GM에 채권이 없어 채권자 지위로서 경영관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기술했다.

산은은 지난해 3월 주주감사권 행사와 감사 착수를 통보했으나 GM측이 감사를 방해하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감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산은의 주총 비토권은 물론 GM 지분 매각 및 공장 폐쇄 시 저지수단이 끝나면서 실제 GM은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산업은행 자금지원은 정치적, 경제적 논리보다 기업의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며 “실사를 통해 GM의 의혹을 모두 없애고 자금지원 가능성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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