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헌재 출석하면 재판관도 몸수색?…경호문제 '골머리'

찬반 갈등 고조로 헌재 '경호구역' 지정될 수도
헌법기구 통제 어려워, "朴이 헌재 지시 따라야"
입장 순서, 경호원 무기 소지 등 상호협의 필요
  • 등록 2017-02-24 오후 3:50:09

    수정 2017-02-24 오후 3:50:09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이뤄지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평면도. 박근혜 대통령이 피청구인 당사자 자격으로 출석하면 피청구인석(빨간색 원)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하면 헌법재판관들은 대통령 경호실의 통제에 따라야 할까. 일각에서는 경호원들이 헌법재관관에 대한 검문·검색을 실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24일 헌재는 박 대통령 출석에 대비해 경호와 의전 등 예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경호가 민감한 사안이라 헌재가 경호실에 충분히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호실장은 경호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관계 기관(헌재)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이 탄핵심판 당사자라는 점이 변수다. 의전 순위로 치면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보다 위다. 그러나 이번에는 탄핵심판 대심판정이라는 자리의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 헌재가 주인이고 박 대통령이 손님인 셈이다.

특히 대통령 경호실의 업무수행을 위해 어느 선까지 협조해야 하는지 관건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행법상 경호실장은 경호에 필요한 상황에서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헌재 청사 인근은 탄핵 찬반 세력 간의 갈등이 심해 경호구역으로 지정될 여지가 있다.

경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경호가 강화된다.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면 ‘검문·검색’까지 가능하다. ‘몸 뒤짐’을 의미한다. 검문과 검색은 박 대통령이 출석하는 대심판정에 집중될 전망이다. 밀폐된 공간인데다 방청석과 대통령 간 물리적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탄핵을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측이든 돌출 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호실은 대심판정 출석자를 모두 검문과 검색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을 비롯해 일반 방청객과 소송 관계자는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거쳐야 할 듯하다. 이 과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 8인도 통제 대상인지가 문제다. 헌법재판관의 신체를 금속탐지봉으로 훑는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재판관의 신원이 확실한 점에 더해 당일 자리의 성격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견 법관은 “헌법기구인 헌재의 재판관이 대통령 밑에 있는 실(室)의 통제를 받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당사자 자격으로 출석하는 대통령이 재판진행권을 가진 헌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법원에 방문한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지난 2013년 3월 25일 법의 날 행사 참석차 대법원을 찾았을 때 주요 요인은 특별한 통제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한철 헌재소장이 있던 자리였다. 당시 대법원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내빈에 대한 검문·검색은 없었다”며 “대법원장의 동선 등을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헌재에서 평소보다 과한 경호를 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법원은 단순 방문이지만 헌재는 탄핵심판 당사자로 출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당사자(박 대통령)와 재판부 중에 누가 먼저 대심판정에 출석해야 하는지, 대통령 경호 인력이 무기를 휴대하고 법정에 있어도 되는지 등도 협의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앞서 전직 대통령 가운데 노태우 대통령(1991년 3월 재동 청사 기공식), 김영삼 대통령(1993년 6월 준공식), 김대중 대통령(1998년 9월 창립 10주년 기념식), 이명박 대통령(2008년 9월 20주년 기념식)이 헌재를 찾았다. 법정 진술을 위해 출석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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