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는 27일 ‘수학을 창조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활용한다는 비전 아래 국가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수학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과 과제를 제20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전략방안에 따르면 수학자와 기업이 만나 소통하고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수학적 기법으로 해결하고 이 과정에서 산업수학 고급두뇌를 양성해 궁극적으로 수학기반 신산업과 일자리도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산업이 고도화된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일찌감치 수학이 산업에 쓰이다가 최근 빅데이터의 부각으로 활용도가 급증했다.
실제로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응용수학자로 그래프, 행렬 등을 이용한 검색엔진, 알파고(구글 딥마인드)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제임스 사이먼스 하버드대 수학교수는 수학모델을 활용한 150억 달러 규모 헤지펀드를 운용하기도 했다.
이번 산업수학 육성방안을 마련한 것도 수학계의 잠자는 두뇌를 산업발전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와 수학계, 산업계의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아직은 불모지와 다름없는 산업수학 초기단계에 정부 지원이 마중물이 되도록 하고 2021년까지 산-학-연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가 작동되도록 함으로써 2022년 이후에는 수학 스타트업 창업이 활성화하고 민간주도 산업수학 생태계가 조성되는 정착단계에 이르게 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수학과 공학, 산업을 섭렵한 융합형 수학인재를 길러내 현재 1.8%에 그치고 있는 수학박사의 산업계 진출 비율을 2021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선 수학적 문제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산-학-연 관계자가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인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하고 산업수학 온라인 종합지원창구(portal site)도 개설한다.
대학과 직접 협력이 어려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현장의 문제 발굴과 컨설팅을 위해 지난 3월, 판교에 ‘산업수학혁신센터’를 개소했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범죄안전망, 의료서비스, 교통문제, 기후·재난 예측 등 공공 분야와 국내 산업경쟁력 관점에서 시급한 딥러닝,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뇌과학 등 전략 기술 분야를 발굴해 수학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R&D 과제도 지원하는데 단순한 연구가 아닌 실증과 현장 적용을 통해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한다.
산업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자, 기업, 연구소의 전문가가 참여해 현장의 문제를 발굴·검토하고 현장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는 ‘개방형 산업수학 플랫폼’을 가동할 계획이다.
선진국에서 검증된 산업수학 워크숍이 대표적인 방식이다. 워크숍이 개최되는 수일 동안 현장에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고, 해결되지 못할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가 있는 국내외 대학 또는 연구소로 문제해결을 의뢰한다.
기업의 문제해결 과정에 교수, 학생들이 참여해 경험과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논문부담 경감, 기업 만족도 등을 평가지표로 활용할 예정이다.
실제로 서울대는 지난 3월 자체적으로 ‘산업수학센터’를 개소하고 삼성전자, SKT, 이스트소프트로부터 연 2억원의 투자를 받고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산업수학에 특화된 박사과정을 도입해 프로젝트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제출하는 한편, 석사과정에는 산업수학 전문석사 과정을 신설하여 프로젝트 결과보고서로 논문을 대체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이로써 그간 산업수학을 열심히 하고 싶어도 논문작성 부담 때문에 꺼려하던 대학 현장의 어려움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학부과정에서는 기업 현장실습이 포함된 산업수학 과목을 신설하고, 응용통계, 바이오, 공학, 금융 등 인접학문 경험을 할 수 있는 자율수강 기회도 확대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한 육성방안을 계기로 (산업수학) 성공경험을 꾸준히 쌓아 수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면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학이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