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시장 의견 반영”…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 철회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신고서 철회
“시너지 있더라도 현 시점선 추진하지 않는 것이 적절”
‘두 차례 정정 요구’ 금감원 부정적 시각도 영향 준 듯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 합병’ 계획은 추진
  • 등록 2024-08-29 오후 5:27:32

    수정 2024-08-29 오후 5:30:24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위한 주식의 포괄적 교환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주주들이 반대하고 금융당국이 해당 계획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수차례 표현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로 분할하고, 신설투자회사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454910)는 지난달 15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를 철회한다고 29일 공시했다. 해당 신고서는 최초 제출 이후 지난달 24일과 이달 26일 금감원으로부터 두 차례 정정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두산그룹 측은 정정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약 한 달 반 만에 이를 최종 철회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분당두산타워. (두산그룹 제공)
해당 신고서는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241560)의 주주로부터 보유 중인 두산밥캣 주식을 모두 이전받고 그 대가로 두산밥캣의 주주에게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교환해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고서 제출 당시 두산그룹 측은 두산밥캣과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스마트 머신 클러스터를 구축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룹의 ‘캐시카우’ 두산밥캣과 적자 기업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1대 0.63으로 책정하자 두산밥캣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커지면서 문제가 됐다. 두산밥캣 주주로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 주식을 반납하고 성장이 불확실한 기업 주식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지주회사인 두산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두산로보틱스는 신고서 철회 사유로 주주·시장의 부정적 의견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해 주주와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회사의 정책·기조, 기관투자자의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시너지가 존재하더라도 현 시점에선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지 않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두 차례 신고서 정정 요구를 한 금감원의 잇따른 제동도 신고서 철회 사유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증권신고서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꾸준히 정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이번 신고서 철회 결정과 별개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 합병은 그대로 추진된다.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되는 신설법인(두산밥캣 지분 보유)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이 이뤄진 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흡수하기 위한 후속 조치였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고,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해 주주총회 등 추진 일정을 재수립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문제없이 이뤄지면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이자 상장사로 남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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