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감정가 보다 시세가 밑도는 경매 물건이 나왔다. 경매시장이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되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북 아파트 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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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진행될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 가운데 KB시세가 감정가를 밑도는 물건이 17건으로 집계됐다. 감정가보다 시세가 밑돈다는 것은 집값이 감정평가한 이후 하락했다는 소리다. 통상 경매는 감정가를 최저 매각가로 삼기 때문에 해당 물건을 낙찰받으면 정상 물건보다 비싸게 매입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 H동 3층 193㎡는 감정가가 33억8000만원인데 시세가 26억6500만원이다. 시세와 감정가 차이가 7억1500만원 수준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빌라맨숀(9층)175㎡는 감정가가 22억9000만원인데 시세는 19억5000만원이다. 시세와 감정가 차가 3억4000만원이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 금호어울림1차(7층) 102㎡ 또한 감정가는 12억4000만원인데 시세는 9억6500만원이었고 양천구 목동 월드(7층) 84㎡는 감정가가 9억3200만원인데 시세는 8억8500만원이다.
올들어 진행된 경매 가운데서도 이같은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서울 송파구 잠실리센츠(17층) 전용 84.99㎡는 감정가가 25억원이었는데 낙찰가가 23억9999만원이었다. 해당 물건의 전용면적 84㎡ 네이버 시세는 24억원에 올라있다. 지난 1월25일 진행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3층) 50㎡ 또한 감정가가 6억3000만원, 낙찰가가 6억3200만원이었다. 해당물건의 저층 시세는 6억5000만원이다.
해당 물건들의 공통점은 서울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 2020년~21년 감정평가된 물건이라는 점이다. 작년 연말부터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일부 단지에서 급매가 나오고 시세 하락을 견인했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로 인해 매물이 쌓이면서 집값이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감정평가는 그 이전에 이뤄지다 보니 시세보다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경매 시장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매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흔들리고 있는 시기에는 시세보다도 감정가가 높은 경매 물건이 속출하고 있어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최근 경매물건은 지난해 4분기 집값이 가장 높을 때 감정을 했기 때문에 당분간 감정가가 시세를 웃도는 물건이 나오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억단위로 가격이 하락하는 곳도 있어 서울에서는 최소한 한번은 유찰돼야 시세와 근접해지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이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실수요자라면 유찰된 물건 위주로 눈을 돌리고 지금 꼭 사야 한다는 조바심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에는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어 호가도 내려가는 상황이어서 감정가가 시세를 웃도는 물건이 나오고 있다”면서 “입찰에 참여할 때는 실거래가나 호가를 꼼꼼히 조사해보고 입찰가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