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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치권과 충남도 내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국민 사과의 타이밍을 놓쳤고, 어떤 말로도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초 폭로자 설득 실패에 추가폭로까지 겹쳐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1시경 신형철 전 비서실장을 통해 기자들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드리는 우선적 의무라는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서지를 보냈다.그는 이어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검찰 소환을 촉구했다.
최초 폭로자인 김지은씨를 설득하는데 실패해 기자회견의 의미가 반감된데다 추가 피해자가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 사과해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지난 5일 방송을 통해 정무비서를 맡고 있던 김지은 씨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당시 안 전 지사는 “모든 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다 제 잘못입니다. 오늘부로 도지사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행방이 묘연했던 안 전 지사는 7일 측근을 통해 언론사에 8일 오후 3시 충남도청사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알려왔다. 성폭행 의혹은 물론 지사직 사퇴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나 해명이 도민들은 물론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고심 끝에 기자회견을 통한 대국민 사과와 입장표명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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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최악이다. 이날 충남도공무원노동조합은 “권력 관계를 사유화해 다수의 여성들을 성폭행한 범죄에 대해 또 한 번 분노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태신 충남도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첫 피해자 발생 후 4일 동안 연기처럼 사라졌는데 오늘 국민과 약속한 기자회견조차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또 숨어버렸다. 참으로 비겁하다”며 “당신을 도지사로 모신 것이 부끄럽다. 안희정의 비겁함과 비열함은 충남도정의 시계를 수십년 후퇴시켰고, 정의와 민주주의란 말도 오염시켰다”고 맹비난했다.
도민들도 안 전 지사에 대해 비난 일색이다. 지역주민인 유창림(41·충남 천안) 씨는 “안 전 지사가 지난 8년간 충남도민들과 국민들에게 얘기했던 민주주의와 인권, 양성평등은 결국 권력을 잡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으로 피해자들과 국민들에게 속죄하고 반성하는 길을 걷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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