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딥젠고 꺾은 ‘돌바람’, ‘승률 83%’ 한돌…토종 바둑 AI 수준은?

딥젠고에 첫 공식 승리한 돌바람…“알파고 리 수준”
걸음마 시작하는 NHN엔터의 ‘한돌’…승률은 ‘83.8%’
구글과 서버·데이터질 차이 커…“발상 전환 필요”
  • 등록 2018-01-16 오후 5:50:40

    수정 2018-01-17 오전 9:19:48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열린 제1회 중신증권배 AI 바둑오픈전 8강전에서 한국 돌바람 개발자 임재범 씨(왼쪽)와 일본 딥젠고의 개발자 가토 마사키(오른쪽)가 대리 착수를 하고 있다. (사진 = 한국기원 제공)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알파고보다 훨씬 진화한 바둑 인공지능(AI)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둑 AI 기술 수준에도 관심이 쏠린다.

토종 바둑 AI 대표인 ‘돌바람’은 일본의 딥젠고(DeepZenGo)를 꺾으며 한층 발전한 모습을 과시했다. NHN엔터테인먼트(181710)는 최근 자체개발 바둑 AI인 한돌(HanDol)을 공개하고 자사 한게임 바둑에서 사용자들과 대국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딥젠고에 첫 공식 승리한 돌바람…“알파고 리 수준”

돌바람은 지난 15일 온라인 바둑사이트 ‘타이젬’에서 진행된 일본 대표 바둑 AI 딥젠고와의 1차 대국에서 306수만에 백 1집 반승을 거뒀다. 5차전 중 첫 대국이긴 하나 돌바람이 지난해 8월 중신증권배 및 같은 해 12월 AI 용성전에서 딥젠고에게 모두 패했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임재범 돌바람 네트웍스 대표가 2012년부터 개발한 돌바람은 2014년 아마 7단 수준을 갖추는 성장했으나 곧 한계에 부딪혔다. 이후 임 대표는 이세돌 9단과 대결해 승리한 ‘알파고 리(Lee)’의 인공신경망인 ‘정책망’과 ‘가치망’ 등을 돌바람에 적용하고 안정화하는데 주력했다.

알파고 리와 돌바람은 모두 몬테카를로 방식(모의실험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을 쓰지만 최적의 착수점을 찾아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다. 알파고는 딥러닝으로 구현한 정책망을 통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지 않게 수를 줄이고 이후 가치망을 이용해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판별한다. 반면 돌바람은 자체 알고리즘을 활용해 왔다.

임 대표는 “지난해 8월에는 알파고 논문에 나왔던 정책망·가치망 등을 처음 적용한 상태라 다소 문제가 있었다”며 “지난해 12월 AI 용성전 때는 지금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다소 운이 따르지 않아 (딥젠고에게) 패배했다”고 말했다.

돌바고의 현재 기력에 대해 임 대표는 “이세돌 9단과 붙었던 알파고 리 수준 정도는 될 것”이라며 “프로기사와 기력이 같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걸음마 시작하는 NHN엔터의 ‘한돌’…승률은 ‘83.8%’


NHN엔터테인먼트(NHN엔터)는 지난달 자사 한게임 바둑을 통해 바둑 AI 한돌을 공개하고 시범 테스트에 들어갔다. 국내 바둑 게임 서비스 회사에서 직접 AI를 개발한 것은 처음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돌은 10개월의 짧은 개발기간을 거쳐 공개됐지만 기력은 만만치 않다. 지난달 21일 공개 후 16일 현재까지 573승 111패로 83.8%의 승률을 자랑한다. 한돌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보는 2015년 유럽챔피언 판후이를 꺾었던 알파고의 최초 버전인 알파고 판(Fan)보다 많다.

NHN엔터 측은 “한돌은 바둑을 잘 두는 전문가 뿐 아니라 바둑을 배우고 싶고 즐기고 싶은 모든 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했다”며 “바둑을 배우고 싶은 모든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AI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돌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확한 기력을 측정하기 어렵다. 회사는 한돌의 강화학습(자가대국) 기능을 보강해 품질 좋은 데이터를 만드는 동시에 안정성과 기력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서버·데이터 질 차이…“알파고 따라가기 어려워”

2016년 ‘알파고 리’를 공개한 딥마인드는 이후 중국 바둑 챔피언 커제를 완벽하게 제압했던 ‘알파고 마스터’, 지난해 10월에는 ‘알파고 제로’ 등 업그레이드 버전을 발표하며 바둑 AI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한 알파고 제로는 스스로 바둑을 학습하는 AI로, 알파고 리와의 대국에서 100전 100승의 무패를 기록했다.

토종 바둑 AI가 알파고 시리즈를 따라잡기 더욱 어려워지는 이유는 알고리즘 문제도 있지만 서버수와 데이터질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수백 개의 고사양 서버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알려진 구글은 빠른 속도로 딥러닝 기반 강화학습 등을 실행할 수 있으나 국내 개발자들은 이를 따라 하기 어렵다.

NHN엔터 관계자는 “알파고와 다른 바둑 AI의 차이는 사용한 서버의 수와 그로 인해 생기는 품질 좋은 데이터의 양”이라며 “알고리즘도 차이가 있겠지만 머신러닝 또는 딥러닝으로 프로그램을 트레이닝 시 차이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바둑 AI가 단순히 바둑을 이기는 것에만 목적을 두고 알파고를 쫓아가기 보다는 상대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등 다른 알고리즘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컴퓨팅 파워 및 데이터량에서 크게 밀리는 국내 개발자들이 알파고와 정면 승부하는 것은 승산이 높지 않다는 취지다.

장병탁 서울대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국내 개발자들이 바둑 AI 알고리즘을 알파고처럼 무조건 승리가 아닌 상황에 따라 수준을 스스로 조절하는 교육목적으로 바꿔 개발한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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