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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11일 오전 8시 30분께 발생한 강릉 산불이 발생 7시간여 만인 오후 3시 30분께 진화율 88%를 보이고 있다. 또 오후 4시를 전후로 산불발생 지역 일대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화재 진압 중인 소방당국과 산림청, 강원도 등 관계기관들은 주불 진화에 매진 중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산불발생지역 인근 주민은 총 322명이 대피 중이다. 강원도는 강릉시 아이스아레나에 278명, 사천중학교 25명, 초당초등학교에 19명 등을 분산 대피시켰다.
같은 시각 기준 재산피해 현황은 건물만 총 71채로 집계됐다. 주택 24채와 펜션 8채가 전소됐으며, 주택 16채·펜션 20채·호텔 3개소가 부분 소실됐다. 소실된 산림은 226㏊로 집계되고 있다. 그외 정확한 피해 상황은 완진 후에야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산불 진화에는 1610여명의 지상인력과 107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산불이 발생한 오전 8시 22분께 강르시 연곡면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26.7m에 달했다. 산불 현장에는 평균풍속 초속 15m, 순간풍속 초속 30m의 강풍이 불었다.
초속 30m가량의 강풍은 시속으로는 136㎞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은 속도다.
산불은 이 같은 위력의 강풍에 소나무가 부러지는 과정에서 전깃줄을 건드려 불씨가 번져 급속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초대형 헬기의 발을 묶고 급속 확산한 태풍급 강풍의 정체는 ‘양간지풍’ (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이다.
이른바 봄철 태풍급 강풍으로 불리는 양간지풍은 ‘양양과 고성 간성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일컫는다.
‘남고북저’(南高北低) 형태의 기압 배치가 되면 강한 서풍 기류가 형성된다. 서풍이 태백산맥을 만나 산비탈을 넘을 때 고온 건조해지고 속도도 빨라져 ‘소형 태풍급’ 위력을 갖게 되는데 이 바람이 바로 양간지풍이다.
이날 강릉을 강타한 양간지풍 역시 나무를 부러뜨려 전깃줄을 덮쳐 발화의 빌미를 줬고 산불 초기 진화의 핵심인 헬기를 뜨지 못하게 해 공중진화를 무력화시키는가 하면 ‘비화’(飛火) 현상을 통해 경포 전역을 순식간 연기에 휩싸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