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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전염 등 스타트업·중소 은행 줄도산 우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예금보험 한도(계좌당 25만달러)와 무관하게 SVB 예금을 전액 보호하기로 했다. SVB에 돈을 맡긴 스타트업이 보험 한도 초과분을 인출하지 못하면 운용자금 부족 등 유동성 악화로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쿠(4억 8700만달러·약 6342억원), 아이리듬 테크놀러지스(5450만달러·약 710억원), 온코러스(1000만달러·약 130억원)는 SVB에 현금성 자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을 예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블록스도 전체 현금 자산의 5%, 1억 5000만달러(약 1953억원)를 SVB에 맡겼으며, 이외에도 쿠폰스닷컴, 로켓랩USA, 비메오, 소파이, 푸보TV 등 많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SVB에 자금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금융시장이 열리면 이들 회사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미 금융당국은 BTFP란 기금을 만들어 적격 예금기관에 1년간 유동성을 긴급 지원하고, 시그니처은행 예금도 SVB처럼 전액 보호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가 신속한 해결책을 내놓으면서 미 국민과 기업은 필요할 때 예금이 은행에 (안전히) 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금자 보호만으로 충분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북미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폴 애쉬워스는 “디지털 시대에 눈 깜박할 사이에 더 많은 은행으로 위험이 확산할 수 있다. 위험 전이는 비이성적 공포로 인해 진행되는 만큼, 정부 조치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부동산까지 위기확대 우려…정치도 불안요소
암호화폐 중에서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가 특히 크다. 발행업체 대부분이 코인 가격 안정을 위해 국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SVB 유동성 위기도 금리인상으로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던 국채 가치가 하락하면서 촉발됐다. 연준이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위기가 심화할 수 있는 만큼, 금리인상폭 축소 또는 아예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미 금융당국은 SVB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매각이 성사돼도 문제다. SVB는 고객 예금 1730억달러(약 225조원)를 미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 등에 투자했다. 절반 가량이 미 국채, MBS가 800억달러(약 104조원) 이상이다. MBS 시장은 유동성이 적어 물량이 쏟아지면 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으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
정치적 리스크도 불안요소다. 니키 헤일리, 비벡 라마스와미 등 미 공화당 대통령 선거 주자들은 “미 납세자들에게 손실을 부담시켜선 안된다”며 정부가 SVB를 구제해선 안된다는 뜻을 표했다. 공화당이 내년 대선 어젠다로 ‘구제금융 반대’를 내세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향후 SVB나 시그니처은행 외에 다른 은행들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구제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