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비트코인, 전쟁에 강했다

러 침공 후 2월 수익률, S&P500 3.2%↑·비트코인 14.5%↑
VC 자금, 전쟁과 무관하게 암호화폐 분야로 유입
"채권·부동산 자금 빠져 암호화폐로 유입" 분석도
  • 등록 2022-03-15 오후 4:07:35

    수정 2022-03-15 오후 4:07:35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가장 위험한 자산으로 꼽히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상황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전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암호화폐가 지닌 큰 가격 변동성과는 달리 산업 자체는 유망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사진=픽사베이)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부터 당월 말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2% 상승한 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14.5%, 13.5% 올랐다. 전쟁이 발발해 불확실성이 확대된 시기, 암호화폐가 같은 위험자산군인 주식 수익률을 큰 폭 상회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암호화폐 펀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바클레이즈헤지 암호화폐 거래자 지수는 2월 한 달간 1.5% 하락했다. 이는 바클레이즈에서 관리하는 암호화폐 펀드의 43%에 해당하는 39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1월 수익률은 13% 하락이었고, 지난해 12월은 10% 하락을 기록했다. 평시보다 전시 때의 수익률이 오히려 양호한 셈이다.

코인셰어즈에 따르면 암호화폐 관련 펀드에 투자된 기관 자금은 지난 4일까지 약 2주간 1억 6300만달러(약 2000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블록체인 관련 주식엔 1560만달러(200억원)의 기관 자금이 유입됐다.

암호화폐 산업에 유입되는 모험 자본인 벤쳐캐피탈(VC) 자금 흐름도 전쟁과는 무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펀드스트랫에 따르면 2월의 마지막 3주간 VC 운용사들은 암호화폐 분야에 40억달러(약 4조 9700억원)를 투자했다. 연초부터 최근까지 VC의 암호화폐 분야 투자 금액 규모는 주간 기준 8억~20억달러(1조 1100억~2조 4800억원)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암호화폐 중개업체 SFOX의 조지 멜카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은 여전히 매우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곳에 투자하려는 펀드 자금은 여전히 많이 모이고 있다”며 “사실 암호화폐 스타트업의 경우 현재 역사상 가장 높은 가치가 부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전자산에서 빠져나오는 자금이 위험자산인 암호화폐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각종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국채와 부동산 투자 자금이 빠져나와 암호화폐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자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5000만달러(620억원)짜리 펀드를 굴리고 있는 데카소닉의 폴 슈 CEO는 “높은 이자율에 부동산 및 채권 펀드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으로 자금이 재분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리피니티브 리퍼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지난 9일 기준 일주일간 채권 펀드들에서 78억달러(9조 7000억원)의 순자산을 인출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펀드에서도 7억달러(8700억원)가 순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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