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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4일 동안 이어진 중부지역 장마가 끝나자 마자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됐다. 오랜 장마 기간 느껴왔던 처진 기분에 더해 코로나19 감염 우려까지 다시 커지면서 시민들을 우울과 좌절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더해 언제 어디서나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시민들을 더욱 위축시켰다.
직장인들은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에 미뤄온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취업 뒤 첫 여름휴가를 맞이한 최모(29)씨는 “휴가 기간 여행을 가자니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고, 아무것도 안 하자니 답답할 것 같다”면서 “의료진 등을 생각하면 휴가를 보내는 것도 감사하지만, 1년에 한 번뿐인 휴가를 집에서만 보내야 할 수도 있어 우울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장기간 외출을 못 하게 되면서 무기력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세 살배기 딸을 키우는 김모(32)씨는 “아이는 밖에 나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지난주까지 장마 때문에 외출을 못 했고 이제 코로나19 때문에 밖을 나가기가 더 두려워졌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고 성토했다.
장마에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겹치면서 생계에 지장이 생긴 상인의 한숨도 짙어졌다. 일부 전통시장 상가에서 여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등장하면서 장마철 이후 매출이 회복되길 기다렸던 시장 상인들도 고개를 떨어뜨렸다. 서울 동작구의 한 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임모(57)씨는 “장마가 끝났는데도 코로나19 때문인지 시장을 나오는 사람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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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장마와 코로나19 사태로 생계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늘어난 데다가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는 점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면서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대엔 너무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말고, 단기간 계획을 세워 성취감을 높여가는 게 심리적으로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심리 지원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코로나19 이후 경제난으로 극단적 선택의 급증이 우려된다”며 “고용·복지·정신건강체계를 아우르는 긴밀한 자살 고위험군 심리 지원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로 우울감을 겪는 사람을 위해 자가진단과 상담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카카오톡 챗복과 국립정신건강센터 앱을 통해 자가진단을 할 수 있고,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은 심리상담 핫라인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전국 17개 시·도의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통해선 소상공인·경제적 취약 계층의 심리상담·지원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