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낮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경제주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며 가계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기업 투자심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오는 14일 사상 처음으로 물가 책임 설명에 나서는 이 총재가 어떤 설명과 대처 방안을 내놓을지 더욱 쏠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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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유가가 끌어내렸다?
그간 한은은 여러 보고서나 이 총재의 언급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낮춘 주요 원인으로 반토막 난 국제유가에 주목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리기 시작한 때는 2014년 하반기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급락하던 시기와 겹친다. 두바이유 현물 기준 유가가 50달러대로 내려서자 지난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에 그치며 15년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유가 급락으로 물가가 낮아진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지난해 1~11월 기준 미국은 최고 1.3%포인트, 유로존은 최고 0.9%포인트까지 유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떨어뜨렸다.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 계속되자 한은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초 각각 1.2%, 1.5%으로 제시했다가 지난 4월 각각 1.0%, 1.4%로 낮췄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내수 부진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석유가 우리 삶에서의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유가 급락이 저물가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며 “원유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투자상품이기도 해서 향후 흐름을 예측하기 더욱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바뀌는 경제구조…“유가 올라도 물가 안 뛸 수도”
이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저유가 효과가 점차 소멸되고 내수가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면 내년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치인 2.0%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했지만 마냥 손 놓고 있긴 어렵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매크로분석실장은 “물가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실제보다 높게 계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우려하는 것보다 크지 않다는 점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등 이미 총수요 관리정책을 하고 있지만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국제유가 하락, 세계 경기 둔화 등 공급 요인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공급 요인에 따른 저물가는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보다 경제 활력을 살리는 정책이 더 주효하다고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봤다. 홍 연구위원은 “금리가 2년 새 5번 인하됐지만 경제에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은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해 기업 투자가 안 늘고 가계의 경우 소득도 잘 안 늘 뿐더러,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늘어 소비를 못한다”며 “근본적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소득을 높이는 등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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