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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 1분기 결산후 “中회복, 예상보다 더뎌”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1분기 실적 관련 발언을 종합해 중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 실망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중국 지출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등 소비재 기업들은 리오프닝 효과로 고성장을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운 1분기 실적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CEO들은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아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는 지난 3일 아시아 지역에서 여행 소매 사업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면서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중국인들이 면세점 등에서 쓰는 지출이 기대보다 약하다는 얘기다. 실적발표 이후 에스티로더 주가는 같은날 17% 급락했다.
글로벌 수요 침체에 시달리는 반도체 업계도 중국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다고 판단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리오프닝과 함께 중국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 그런 징후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커트 시버스 NXP반도체 CEO 역시 “중국의 경기회복을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했다.
주요 글로벌 기업 가운데 1분기 실적 발표 때 올해 중국 시장 회복을 낙관한 기업은 루이비통과 크리스찬 디올, 티파니 등을 거느린 LVMH와 버드와이저APAC 정도다.
中 찾는 해외 바이어도 ‘뚝’…“美·유럽 수요 위축 영향”
이는 중국을 찾는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열린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 캔톤페어를 찾은 해외 바이어는 12만 9000명에 그쳤다.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진행돼 기대를 모았으나, 20만명을 웃돌던 과거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거래 규모도 251억달러(약 33조 1320억원)로 역대 최고 거래액인 2008년 380억달러(약 50조 1600억원)는 물론, 팬데믹 직전해인 2019년 300억달러(약 39조 600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4.5%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올해 내내 경기 확장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4월 중국의 실물경기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전월(51.9)와 시장 전망치(51.4)를 모두 밑돌았다. 중국의 경제성장 동력인 수출 역시 지난 3월 예상을 상회하며 급증했지만, 올해 전체로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경기가 다시 수축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데이비드 도나베디안 캐나다임페리얼상업은행(CIBC) 개인고객 자산 투자 책임자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대해 “회복은 있었지만 폭발은 없었다”며 “폭발적인 성장을 예측하는데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