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미 군 당국은 22일 시작된 연합군사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서 한국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미래 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을 위한 것으로,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 연합사령부가 연합작전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3단계(IOC·FOC·FMC) 평가의 중간 단계다.
그런데 이같은 평가는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한 후 한국군 주도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연합사의 작전 수행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존 연합사를 존속시키기로 계획이 변경됐음에도 이같은 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검증하는 것은 전작권 전환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을 시작한 22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기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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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우리 정부는 한반도 방위에 대한 한국군의 책임과 역할을 높이고 국군통수권을 온전한 방식으로 행사하는 군사 주권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노무현 정부 때 전작권 전환 계획을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시기를 정해 놓고 특정 시점에 전작권을 돌려받는 것으로 추진했지만, 박근혜 정부 때 ‘조건’이 갖춰지면 전환하는 것으로 전작권 전환 계획이 바뀌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전작권 전환 계획은 기존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 합참의장이 사령관을 겸직하는 미래사령부를 창설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한국군 주도의 한미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체계를 검증하기 위한 게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2단계 완전운용능력(FOC)·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전작권 전환 계획은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국적만 바꾸는 것으로 변경됐다.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으로 모자만 바꿔 쓰는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도 검증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IOC·FOC·FMC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 윤석열 정부의 전작권 전환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현 전작권 전환 계획대로라면, 한미 연합 작전을 지휘할 한국군 사령관의 자질만 평가하면 된다. 하지만 IOC·FOC·FMC는 지휘·정찰 자산 등 한국군 전체의 물리적 능력까지 평가하고 있어 조건별 요구 과제와 검증 방식이 과도하고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만약 이번 훈련에서 FOC를 통과하더라도 FMC 단계가 남는다. 게다가 IOC·FOC·FMC는 ‘한국군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한다’는 전작권 전환 조건 중 하나의 일부다. 정부 관계자는 “미래 연합사의 작전 수행 능력 평가가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시작된 22일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주한미군 장병이 팔라딘 자주포의 방수커버를 벗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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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전작권 전환 의지도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조건 충족시 전환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미래연합사 FOC 평가 등 상호 합의된 절차를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하되, 우리 군의 핵심군사능력과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에 주안을 두겠다”고만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부터 한미연합훈련과 함께 진행되는 을지연습 훈련 상황을 직접 점검하면서 “실전과 똑같은 연습만이 국민생명과 국가안보를 굳건하게 지킬 수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빈틈없는 안보 태세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을지연습에는 중앙정부 및 시·군·구 지자체, 주요 공공기관 및 중점관리 대상 업체 등 4000여개 기관의 48만여명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