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유럽연합(EU) 핵심국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와의 타협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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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국회에서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르코 미켈슨 의원은 “프랑스와 독일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새로운 폭력 행위를 위한 길을 닦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현재 유럽 주요국과 전쟁을 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라고 비난했다.
알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부총리는 “정치적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생각에 대해 자괴감을 느껴야 할 이른바 ‘서방의 리더들’이 있는 것 같다”며 독일과 프랑스 정상을 겨냥해 트위터에 메시지를 남겼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도 “러시아는 반드시 국제사회에서 격리돼야 한다. 침략자에 영토를 점령할 기회를 주는 것은 다른 곳에서도 이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흑해항 봉쇄 해제 및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 80분간 통화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통화 이후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 해제”란 선결 조건 하에 항구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발트 3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4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더이상 러시아와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FT는 “EU 핵심국들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양도하는 것을 종용하고 있다는 동유럽 국가들의 의혹이 재점화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독일과 프랑스는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평화파이고 발트3국 및 영국은 ‘러시아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정의파다. 서방 진영은 이 둘로 나뉘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