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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학계를 필두로 정치권 안팎에서 시장 독점에 따른 부작용을 이유로 ‘해체론’이 등장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디어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독점 조사 충격으로 이들 4대 공룡 기업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하루 새 날아간 시가총액이 1300억달러(약 153조4000억원)에 달한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의 양대 반독점 당국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이들 4대 공룡의 시장 독점 여부를 분담해 조사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법무부는 애플과 구글을, FTC는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조사를 각각 담당한다. 양 규제당국으로선 앞으로 이들 4대 공룡 기업이 미국 등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억제했는지 등을 언제든 조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첫 타깃은 법무부가 겨냥한 구글·애플이 될 공산이 크다. WSJ은 “법무부가 구글에 대한 조사착수를 준비 중이며, 이에 대응하고자 구글도 법적준비에 나섰다”고 썼다. 로이터통신은 “법무부는 애플에 대한 조사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1년여간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온 페이스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WSJ은 “페이스북은 (종전보다) 훨씬 더 철저한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유통공룡 아마존의 경우 다른 3개 기업보다 조사가 늦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이들 IT 공룡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 요구는 빗발쳐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규제당국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이들을 겨냥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업계와 학계, 정치권의 ‘합심’이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올해 초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거대한 공룡이 된 이들 기업에 제동을 걸 견제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자리를 없애고, 세금을 피해 갈 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씨를 말리면서 시장의 실패를 조장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들의 진격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내주는 정보가 이들에겐 그저 돈벌이 수단일 뿐”이라며 이들 4대 기업의 해체를 주장했다.
NYT는 “과거 규제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를 겨냥했던 1990년대 상황이 재현된 것”이라며 “당시 MS로서는 기업 분할을 피했지만, 10여 년간 소송에 시달리면서 명성에 타격을 입고, 구글 같은 스타트업의 추격을 허용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디어 ‘손보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대표적 소셜미디어(SNS) 기업인 페이스북과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온라인상에서 ‘보수의 목소리’를 억압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이들 기업이 진보성향이 뚜렷한 실리콘밸리의 핵심이라는 점,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 반 트럼프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의 최대주주라는 점 등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한편, 이날 페이스북의 주가는 7.51% 급락했고, 구글 모기업 알파벳·아마존의 주가도 6.12%·4.64%씩 떨어졌다. 애플의 주가는 1.01%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