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글로비스·칼라일 긴급 호출한 공정위…왜?

정의선 부자 지분매각에…공정위 양측 불러 소명 요구
매각주간사인 현대차증권 등으로부터 계좌정보도 받아
與 이용우 의원실 "공동보유는 진성매각 아냐" 조사요청
공정위 "시장상황 모니터링…규제회피 불가피한 측면도"
  • 등록 2022-02-03 오후 5:09:45

    수정 2022-02-03 오후 9:10:48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조해영 기자] 현대차그룹 총수인 정의선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두고 사익편취 규제 회피용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글로비스 및 지분 매수자인 칼라일 관계자를 직접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가 정 회장의 지분 매각을 진성매각(True Sale)으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공정위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 뉴시스)


3일 국회·공정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대글로비스·칼라일 관계자 및 각각의 대리인이 직접 정부세종청사로 내려와 공정위에 지분 매각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5일 현대글로비스 대주주인 정의선 회장 및 정몽구 명예회장 부자가 칼라일 그룹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에 지분 10%를 블록딜(시간외 매매)로 매각, 지분율을 19.99%로 낮춘 지 약 20일 만이다.

공정위가 직접 현대글로비스·칼라일 관계자들을 호출한 까닭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정 회장 부자의 지분 매각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종전 29.99%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보유했던 정 회장 부자는 지난해 말 시행된 전면 개정 공정거래법으로 사익편취 규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낮아짐에 따라 지분율을 19.99%로 낮췄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 부자가 일감 몰아주기, 사업기회 유용 등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사익편취 규제를 사전에 피할 의도로 해석한다.

이 의원실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정 회장 부자가 칼라일에 특별관계자(공동보유) 관계로 지분을 매각한 부분이다. 정 회장은 칼라일에 동반 매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태그얼롱·Tag-along) 및 이사 1인 지명권을 갖게 부여하며 지분 공동보유 관계가 됐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정 회장 부자가 공동보유 형태로 지분을 팔았는데, 이를 진성매각으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 추가적인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며 “이 같은 공동보유 형태라면 정 회장 부자의 지분율을 현재 19.99%보다 더 높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조항은 특수관계인을 동일인(총수)과 친족으로 제한해 공동보유는 특수관계인 지분에 합산되지 않는다. 추가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9년 서울에서 열린 칼라일 그룹 초청 단독대담에 참석, 이규성 칼라일 그룹 공동대표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공정위는 국회 요청으로 블록딜 매각 주간사인 현대차증권에서 계좌정보를 받아 칼라일이 정 회장 부자 측에 매수대금을 제대로 지급했는지 등을 확인했으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디언 홀딩스가 세계적인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주소를 두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추가로 조사하기도 어렵다. 공정위는 의원실에 “일감 몰아주기는 지배력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고 실질 보유를 따지는 것이기에 현행법으로 규제가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우선 면밀한 모니터링을 하며 시장 상황을 판단할 예정”이라며 “다만 수치로 규제대상을 선정하면 이 같은 규제 회피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익편취 제도는 개인(총수)에 과도한 사적 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취지인데,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이 부분은 종전보다 개선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공정위에 조사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앞서 지분 매각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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