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교각살우 안되길

  • 등록 2021-12-30 오후 5:30:18

    수정 2021-12-30 오후 9:29:11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로 국내 항공업계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는 화물 수송 확대와 기내식 카페 등 부업 활성화로 대응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과 코로나19 재확산세로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다. 승무원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약 2년간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바탕으로 한 유급·무급휴가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1,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합병)이 추진되면서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도약의 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우 더디고 불안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결합을 승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데만 약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울러 공정위는 양사의 운수권과 슬롯을 제한하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양사의 결합으로 운항 노선에 독과점 등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다.

물론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독과점이 예상될 경우 이를 저지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전 세계 항공시장의 경쟁구조를 고려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적다. 노선별로 상대국 항공사와 운임과 서비스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적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이 확장되면 고객은 노선 다양성이라는 편의를 누릴 수 있다.

현실적인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양사의 운수권이 제한되면 그 운수권은 우리나라의 다른 항공사에 이전된다. 하지만 운수권을 이전받는 항공사들은 저비용항공사(LCC)로 운수권을 수용할 능력이 부족해 적절히 사용될 가능성은 작다. 재분배될 것으로 예측되는 운수권과 슬롯은 인천~LA·바로셀로나 등 장거리 노선이 대다수를 차치할 전망인데 LCC들은 중대형 비행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 항공사들이 그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우리나라 항공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운수권·슬롯 축소로 양사의 고용 유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연말까지 기업 결함 심사 결론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지키기에만 급급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운수권과 슬롯 조정은 한 국가의 항공산업 흥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교각살우(矯角殺牛, 흠을 고치려다 지나쳐 일을 그르침)의 우(愚, 어리석음)를 범하면 안 된다. 내년 1월 전원회의에서는 양사와 충분히 논의 후 현명한 결론을 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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