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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협상’ 전문가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을 주제로 강연하며 “일과 업무, 개인의 삶과 자기계발 사이에서 본인만 아는 균형점을 찾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희 실장은 산업통상자원부 70년 역사상 첫 여성 1급 공무원이다. 한국 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때 유일한 여성 통상 전문가로 협상에 참여했고, 2006년 ‘한미 FTA 협상’ 당시에는 서비스와 경쟁 두 개 분과를 진두지휘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유 실장에게도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유 실장은 고등학교 1학년생인 딸을 키우며 가사와 일을 병행해왔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온종일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유 실장은 “우리 사회는 ‘워라밸’ 중에 아직도 ‘워(Work·일)’의 비중이 80~90% 되는 것 같다”며 이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래에는 달라져야 한다”며 “일에 많은 노력을 쏟더라도 나머지 10%는 가정과 자기자신을 위해 열심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녀 모두에게 ‘워라밸’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특히 육아에 대한 짐을 지고 있는 여자들에게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성들은 육아와 관련해 ‘기회비용’을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24시간 일에 투입되기가 어렵다. 유 실장은 이런 상황을 ‘오리’에 비유했다. 오리는 물 위로는 평온한 척 하고 있지만, 물 아래서는 기를 쓰고 물갈퀴질을 하고 있다. 유 실장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순간에도 급식비를 못 챙겨줘서 딸아이는 점심을 굶고 있다”며 “하지만 그게 여자의 한계는 아니다. 조직 문화를 더 합리적이고 현대적으로 효율화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워라밸 시대’에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실장은 “디지털 시대에 쇼핑도 온라인으로 하고 SNS 등을 하다 보면 남는 시간이 많다”며 “중단기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하고 독서나 운동 등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일에 투자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공부하는 자세를 견지한 것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동력이었다. 평생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하면 그 가치와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