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8개월을 넘긴 의정갈등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통해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여야 힘겨루기와 의료계 내분 등에 출범도 못 하고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지만,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및 의대생 대표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의정갈등 해결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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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협의체에 협조해 달라. 지금 와서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빨리 시작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협의체 구성에 발을 빼려는 구실을 만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위원장을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한 것을 두고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하는 당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여당의 의혹을 일축했다.
의료계에서는 협의체 참여는 뒷전으로 둔 채 내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대한의사협회 임원진 단톡방에서 설전을 벌인 것이다. 임 회장은 최근 의사 전용 익명 게시판에 본인의 공금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쓴 것으로 밝혀진 서울시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명목으로 “오만원권으로 현금 1억원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사실이냐고 묻고 의협 임원진이 박 비대위원장의 행보를 비판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런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자체가 부끄럽다”고 짧게 말했다.
의료계 내분은 점입가경이다. 현재 의협 대의원회는 임현택 회장 탄핵 표결에 들어가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를 위해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오는 29일 오후 긴급 회의를 열고 ‘임 회장 불신임’ 안건과 ‘정부 의료농단 저지·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협 비대위 구성’ 안건을 논의할 임시총회 날짜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임 회장 불신임(탄핵) 여부를 표결에 부치는 의협 대의원 임시 총회는 이르면 다음주께 열릴 전망이다. 한 의협 대의원회 의원은 “탄핵 추진에는 가속도가 붙겠지만 과연 대안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협의체 참여에 나서겠다고 밝힌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협의체부터 구성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교육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협의체 참여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각 대학의 의대생 휴학 재량 허가’로 내세웠다. 이진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자꾸 (협의체 구성이) 안되는 쪽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며 “교육부 또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이대로 가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