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반도체 첨단 패키징처럼 국내에서의 단독 개발이 어려운 80개 초격차 급소기술과 100개 산업 원천기술을 MIT나 존스홉킨스 등과의 국제협력을 통해 확보한다. 정부의 내년도 산업 연구개발(R&D) 예산 감소로 산업 기술 경쟁력 약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제협력 확대를 통해 연구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주요 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 간담회에서 ‘글로벌 기술협력 종합전략’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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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주요 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기술협력 종합전략’을 공개했다.
정부 R&D 사업 추진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80개에 이르는 초격차 급소기술과 산업원천기술을 정하고, 각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 최우수 연구기관과 협업해 더 효과적으로 주요 기술을 확보한다는 게 이번 전략의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정부 전체 예산의 4.9%에 이르는 24조9000억원(산업부 소관 5조4324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예산 대비 R&D 투자는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한국이 국제 공동연구가 미흡한 탓에 그 성과가 저조하다고 지적받는 등 보완이 필요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 아래 내년도 R&D 예산(정부안 기준)을 21조5000억원(산업부 4조6838억원)으로 약 13.7% 감액했으나 국제협력 강화를 통해 이전보다 더 큰 성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주요 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가 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주요 기업 CTO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연구개발(R&D)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글로벌 기술협력 종합전략’을 발표하고 참석자들과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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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를 위해 5~7년 동안 약 1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 80개 초격차 급소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협력을 위해 2030년까지 1조2000억원을 들인다. 당장 내년 1487억원을 투입해 48개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 또 차세대 인공지능(AI) 컴퓨팅·반도체와 세포 재생 신약, 이산화탄소 포집력 향상 식물 등 100개 산업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2028년까지 6870억원을 투입한다. 내년 66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50개 과제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를 포함해 내년도 산업부 R&D 예산 중 국제협력 관련 예산을 5309억원으로 지난해(3321억원)보다 59.9% 늘려 잡았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6.1%에서 11.3%로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정부 산업R&D 문호를 해외로 전면 개방키로 했다. 이전까진 국내 기업·연구소가 정부 R&D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한적으로만 국제 협력이 가능했는데, 앞으론 모든 산업R&D를 해외에 전면 개방키로 했다. 또 MIT나 존스홉킨스 등에 산업기술 협력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연구자를 파견해 현지 석학과의 협업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XR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위한 초고해상도 화소 형성 기술이나 고에너지밀도 리튬 황복합전극 기술, 수소전기차용 금속분리판 클리닝 및 불량 검출 기술,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용기용 고강도 탄소강 기술 등 국내에 없는 원천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방문규 장관은 “우리 경제가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하려면 국가 R&D 시스템을 혁신하고 글로벌 협력으로 산업 역동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정부도 이번에 발표한 전략에 따라 국제협력에 필요한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