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손의연 기자] 국제유가가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전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요가 완전하게 회복되진 않은 상황에서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원가만 올라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데다 항공·해운·물류업계도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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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는 국제유가와 달리 아직 회복되지 않는 정제 마진이 고민거리다. 정제 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반비 등 원가를 뺀 값으로 정유업계 수익성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정제 마진은 배럴당 1.8달러로 국제유가가 10달러가량 오르는 동안 연중 가장 높았던 4월 다섯째 주 3.2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와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정상궤도에 접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만 더 오른다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판매에 외려 부정적”이라며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해 원유 가격이 올라도 제품 가격이 그만큼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단위=배럴당 달러, 자료=업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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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 역시 걱정이 크다.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naphtha·납사)를 기초 원료로 합성수지, 합성섬유 등 화학제품을 만들다 보니 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원가도 오르는 구조다. 지난달 마지막 주 NCC(나프타분해설비)업체의 마진을 가늠할 스프레드는 t당 398달러로 3월 중순에 기록한 고점 539달러에 견줘 26% 하락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석유·화학제품 마진이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시황은 국제유가 단기 랠리가 진정된 이후에나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공·해운업계도 고민이 커지긴 마찬가지다. 특히 항공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여객부문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항공유 가격까지 오르면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003490)만 해도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등락할 때 손익이 3000만달러 변동한다고 추정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일 기준 통합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80.53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9.9%, 전월 대비 5.4% 각각 상승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영업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고유가 흐름은 부담이 된다”며 “유가 상승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료로 쓰는 벙커C유 가격에 따라 해운업계도 울고 웃는다. 국내 최대 선사인
HMM(011200)은 연료 매입액이 유가가 급락한 지난해 5000억원이었지만 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2012년엔 무려 1조9120억원에 달했다. 컨테이너 운임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연료 매입액 증가는 여전히 부담이다.
연료값이 오르는 물류업계도 유가 오름세가 반갑진 않다.
CJ대한통운(000120)이 지난해 사용한 경유 비용은 3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줄었는데, 경유 사용량이 17% 감소하기도 했지만 단가가 10%가량 하락한 영향도 컸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택배산업에 즉각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변동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