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가 만난 사람들]신환종 “내년까지 급격한 인플레 지속‥ 자산배분 전략 대안”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센터장 인터뷰
인구 고령화 등 고려할 때 기조적 인플레 어려워
우량 대기업 주식·고금리 채권 등으로 자산 배분
  • 등록 2021-05-20 오후 4:22:16

    수정 2021-05-20 오후 4:22:16

[이데일리 이지혜 기자] 슈퍼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한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센터장은 20일 기자와 만나 “현재 경제 상황은 인플레이션 직전의 리플레이션으로, 내년까지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전략과 관련해선 “개인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공포가 큰 시장에서 대응하는 게 쉽지 않다”며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원가 상승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대기업 관련주나 고금리 채권 투자 등도 고려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센터장 현장인터뷰 모습
다음은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데, 현재 시장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 경기사이클에 따른 물가상승률은 디플레이션-리플레이션-인플레이션-디스인플레이션 등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디플레이션은 2008년 서브프라임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작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경기 침체를 겪으며 물가 하락으로 화폐의 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바로 가지 않는다. 그 중간에 리플레이션이 있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에 벗어나 인플레이션에 이르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팽창하는 현재의 모습과 같다.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의 완화를 뜻하는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4% 넘게 뛰면서 인플레이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4월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일단 진화에 나섰지만, 40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고물가가 지속될 것이란 두려움이 잠재하고 있는 듯하다.

△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는?

- 1970년대 미국에서 10% 넘는 높은 인플레이션율과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당시 식료품 등 생필품을 비롯해 집값 등 여러 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 일반 서민들의 고통지수가 상당히 높았다. 1980년대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면서 이후 약 40년간 미국은 인플레이션 통제에 성공했고, 미 국채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제 충격에 대응해 통화를 엄청나게 풀었고 약 40년 만에 다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된 상황이다. 이는 유동성 회수, 금리 인상 등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 과거 역사를 통해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분석한다면?

-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세계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 역사의 함의를 찾아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방향성을 전망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120년 동안 미국은 세 차례 높은 인플레이션율(제1차 세계대전 후, 제2차 세계대전 후, 1970년대)을 경험했고 1970년대 한 차례의 금리 급등 시기를 겪었다. 제1·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인플레이션율 급등은 경기 회복이 동반돼 좋은 인플레이션이라 볼 수 있으나 1970년대 인플레이션율 급등은 오일쇼크와 겹치며 경기 침체를 함께 겪어 스태그플레이션, 즉 나쁜 인플레이션이라 말한다. 그 외의 나머지 기간은 물가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 오랫동안 유지된 게 사실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엄청난 유동성이 풀린 데 따른 인플레이션이라는 점에서 1970년대 상황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 앞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은?

- 올해와 내년 한국의 물가와 금리가 단기적인 상승을 보인 후 2~3%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2023~2024년에 다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본다. 고령화되는 인구구조, 로봇과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는 노동시장, 가격 경쟁이 치열한 물류 환경, 한계 기업·가구 증가 등을 볼 때 높은 인플레이션율 시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 인플레이션 시대 투자는?

- 주식에서는 원자재 등 원가 상승 부담을 상품가격에 전가시킬 수 있는 기업들이 투자수익률을 올리기에 좋다. 우량 대기업들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또 중장기 투자 관점에선 5~10년 뒤에도 성장 가능한 4차산업 관련 기업이, 단기적으론 경기회복 수혜주면서 가격 부담이 덜한 철강·조선·해운 등 경기 민감 업종이 유리할 것이다. 고금리 채권도 대안이다. 인플레이션 3~4% 시대에는 2%대 금리는 매력이 덜 하지만 수년내 인플레이션율이 2%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채권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당분간 국채보다 고금리 회사채나 4~9% 수준의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하이일드 채권 투자도 고려할 만 하다.

△ 인플레 시대의 투자 주의사항은?

- 당분간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되는 길목으로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그 속도와 방향성에 대해 논쟁이 뜨거운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기민한 대처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자산 배분 전략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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