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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노조, IT업종서 출발해 제조업까지 확대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는 설립 필증이 교부되는 29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 측은 “사무연구직의 경우 우리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건의사항과 불만에 대한 소통창구가 없었다”며 “회사 역시 우리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노조 설립의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는 우선 산업별 노조 형태로 운영하다가 향후 계열사별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 하위 지부를 두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에서 조합원이 일정 규모 이상 모이면 현대차에 지부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네이버 노조 지회에 따르면 네이버 전체 자회사 및 계열사를 대상으로 노조 가입을 받는다. 현재 2400명 이상이 가입해 있다. 전사 직원 4명 중 1명이 노조원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달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해 “매년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나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동일하게 부여하면서 임원들에 대한 보상액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상대적 박탈감’과 ‘경영진 불신’ 등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넥슨이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800만원 일괄 인상을 깜짝 발표한 배경엔 경영진의 결단과 함께 노조의 적극적인 의견 제시도 있었다.
사무직 노조운동은 제조업 기반의 업종으로도 이어졌다. 2018년 SK하이닉스가 사무직 노조를 설립했고, LG전자도 올 3월 사무직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현대중공업과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에서도 사무직 노조가 생겼다.
“사무직 노조도 강성될 가능성 있어 기업 부담될 것”
기업들에서 사무직 노조가 속속 만들어지면서 우선 노조 문화의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생산직 노조 중심 문화에서 소외돼 있던 사무직들이 목소리를 내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정한 성과 보상 시스템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현대차에서 사무직 노조가 만들어진 계기도 ‘성과급 논란’에서 출발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기존 생산직 노조와의 노노갈등 가능성도 나온다. 현대차에서는 기존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걸으면서 자신들과 선긋기를 하고 있는 사무직 노조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2030세대 중심의 사무직 노조가 기존 노조와 방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임단협 협상과정에서 이견을 보일 수 있어 (기존 노조가)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사무직 노조가 주장하는 능력중심의 성과급제는 기존 노동운동이 추구해온 연대를 통한 노동자 보호란 방향과 배치되는 것이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기존 노조와 사무직 노조가 주장하는 바가 다르면 사측이 풀어야 할 숙제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노사관계가 더 꼬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노조간 입장이 다를 경우 사측의 교섭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무직 노조의 주장을 보면 기존의 연공서열식 문화를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노조의 특성상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선 강경한 입장을 낼 수밖에 없어 사무직 노조 역시 사측에 무조건 우호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상황을 잘 아는 사무직 노조가 안착되면 기존 생산직 노조가 만들어온 대결적 노사관계가 상생하는 관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는 향후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LG전자와 금호타이어 등 타 기업의 사무직 노조와 연대하는 안도 추진할 예정이어서 거대 규모의 사무직 노조연대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