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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19일 서울 도렴동 외교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어제, 오늘 진행된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미국 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방위비 분담금협정(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정 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이끄는 한·미 협상대표단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회의는 오전 10시 시작해 1시간반만에 종료됐다. 미측이 먼저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진다.
드하트 미측 협상대표는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팀은 공정하고 공평하게 부담하길 원하는 우리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한국 측에 재고의 시간을 주기 위해 오늘 회담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협상 결렬을 선언한 셈이다. 이에 따라 차기 회의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 대사는 “한미간 실무적으로 다음 일정을 잡고 있었다”면서 “다만 예정되지 않은 사안이 발생하면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응 논의를 해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저희가 임하고 있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상호간 수용가능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일방적인 협상 결렬은 외교부측도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한·미가 지난 10차례에 걸쳐 방위비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같은 전례는 파악된 바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드하트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본국과의 충분한 사전교감이 이뤄진 후 강행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협상 과정을 통해 ‘배드딜’보다는 ‘노딜’이 낫다는 점을 보여왔다.
다만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자마자 원칙에서부터 양측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연내 협상 타결은 물론 향후 협상 전망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의 이같은 행동은 이례적”이라면서 “사실상 미국이 한국과의 견해차가 크고 이를 좁힐만한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더 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방위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사안인 만큼 사실상 미측 협상 대표에게 전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