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화이트리스트’ 박준우 前수석 소환…朴청와대로 정조준(종합)

대기업 자금으로 보수단체 지원 혐의 "의사결정 과정 파악"
檢, 국정원 통한 대기업 자금지원 압박 의혹도 수사
김기춘·조윤선 소환 임박
  • 등록 2017-10-25 오후 3:29:20

    수정 2017-10-25 오후 3:37:39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의 고위 인사로 수사를 확대했다. 박근혜 정부가 여론 조작과 반대세력 제압 등을 위해 친정부 성향 단체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이 규명될 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25일 오전 10시 박준우(64·사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화이트리스트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의혹은 박근혜 청와대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대기업들에게 수십억원대 자금을 걷어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들에게 주고 관제시위를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박 전 수석은 지난 2013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다. 박 전 수석의 후임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재직 당시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기원들에 자금을 모집해 재향경우회 등 여러 보수단체들에 지원하는 데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갖고 특정 단체들을 지원한 것으로 국가기관의 개입이 문제”라며 “의사결정이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박 전 수석이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정부비판적 문화계인사 배제명단) 사건의 1심 재판에서 보고 여부 등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다며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위해 박 전 수석을 소환 조사했지만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다.

박근혜 청와대 외에 당시 국가정보원도 화이트리스트 실행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4일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20시간 가량 조사한 뒤 이날 새벽 돌려보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조실장을 맡았던 그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재향경우회에 20억원대 고철처리사업을 몰아주는 특혜를 제공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지난 23일에는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을 불러 삼성 측이 국정원 요구에 따라 전경련을 거치거나 혹은 직접 경우회에 10억원 이상을 지원한 경위도 조사했다. 검찰은 다른 대기업들도 국정원 압박에 따라 자금을 낸 의혹이 있으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국정원 지원을 받아 관제시위에 나서거나 어버이연합 등 다른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역할을 한 경우회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경우회의 자금 마련에 국정원이 개입한 구체적 경위 등을 파악한 뒤 조만간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실무작업을 주도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을 구속한 상태다. 검찰이 박 전 수석을 피의자로 부른 만큼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수석의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1심 선고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조 전 수석은 같은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구속상태에서 석방됐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으며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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